인도네시아 분담금 3분의 1로 감액…기술이전 축소와 맞교환
수출 걸림돌은 美 ITAR 규제…'엔진 국산화' 장기 과제로 부상
수출 걸림돌은 美 ITAR 규제…'엔진 국산화' 장기 과제로 부상

방위사업청은 KF-21 초도 물량이 인수 비행 시험을 마치는 대로 2026년부터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4년 6월 방위사업청과 맺은 1조9600억 원 규모의 20대 생산 계약에 따른 첫 물량이다. 이어 양측은 지난 6월 27일 20대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7월 19일 사천에서 첫 비행을 한 KF-21은 현재 2인승 시제기 2기를 포함한 총 6대의 시제기가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KAI는 KF-21을 "앞으로 유무인 복합 운용이 가능한 6세대 전투기로 발전할 4.5세대 전투기"로 보고, F-35와 함께 공군 주력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장으로는 유럽산 미티어 초가시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고, 지난 6월 FA-50 분리시험을 마친 국산 공대지 미사일도 장착할 예정이다.
문제는 양국 협력의 상징이어야 할 이 사업이 오랜 기간 순탄치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총사업비 7조5000억 원(약 63억 달러)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인도네시아는 개발비의 20%를 내기로 했으나, 2018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며 약속을 미뤘다.
◇ 분담금 삭감과 기술이전 축소 '맞교환'
양국은 지난달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2025' 방산전시회에서 새로운 합의에 이르렀다. 한국은 '기존 합의보다 기술 이전을 줄이는'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3분의 1 수준인 6000억 원(약 4억4000만 달러)으로 깎아주는 데 동의했다. 지난 6월 27일 인도네시아 공군의 페렐 리고날드 대령이 KF-21 시험 비행에 참여한 것은 이 같은 갈등 봉합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기술 이전 범위 축소가 인도네시아의 불만 요인으로 남았지만, 양국은 협력을 이어가기로 최종 합의했다.
어려움 끝에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유지한 것은 KF-21의 수출 경쟁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KF-21은 F-35 라이트닝 II, 유로파이터 타이푼 같은 고가의 서방 전투기나 Su-35S, J-10CE 등 러시아·중국산 전투기의 대안으로서,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신흥 시장에서 비용 효율이 높은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주목을 끌고 있다.
◇ 마지막 관문, 미국의 '엔진 수출 통제'
다만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F414-GE-400K 터보팬 엔진을 쓰는 점은 마지막 과제로 남는다. 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면허 생산하지만,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 규정(ITAR)을 따른다. 이 때문에 KF-21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는 반드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엔진 공급을 위해 2028년 12월까지 초도 양산 물량 80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분담금과 기술이전이라는 오랜 갈등을 풀고 공동개발을 정상 궤도에 올렸다. 그러나 KF-21의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면 미국 정부의 엔진 수출 승인이라는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KF-21의 국제 시장 성공 여부가 이 문제 해결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