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브릭스 공동통화 구상은 미국 달러에 대한 통화 패권 도전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엔화나 파운드, 유로화가 그랬던 것처럼 달러 패권에 도전은 일단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한 근거로 꼽은 이론 근거가 바로 최적 통화 영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 대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여부다. OCA의 조건은 총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대상국 간 산업구조에 유사성이 있을 것. 둘째, 대상국 간 무역 개방도 및 무역 의존도가 높을 것. 셋째, 대상국 간 생산요소 가격의 신축성·이동성 존재(단적으로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울 것). 넷째, 대상국 간 원활한 재정 이전이 가능할 것 등이다.
이와 같은 조건으로 볼 때,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 회원국과 미래에 가입할 회원국들도 이 최적 통화 영역 조건을 전혀 충족시킬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CA 요건에 맞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다. 인도와 같은 자원수입대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 같은 자원수출대국에서 산업구조의 유사성을 전혀 찾기 어렵다. OCA의 첫 번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생산요소 가격의 신축성, 그리고 이동성에 관해서도 중국이나 브라질,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은 현재 원천적으로 거의 봉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유로의 경우, OCA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로 출범 당시 찬반 여론이 극렬하게 대립했지만, 유로화를 도입할 경우 자연스럽게 산업구조 등이 변화하고 경기순환도 수렴해 OCA에 대한 충족 조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하에 통화가 진행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유로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일으킨 채 목표로 했던 미국 달러 패권 도전에 실패했다는 것이 다이스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OCA의 조건 중 네 번째인 ‘원활한 재정 이전’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통 통화권 중에 있는 최대 경제 대국이 가장 많은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 각국의 격차를 해소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공동 통화의 목적 중 하나다. 유로권에서는 그것이 독일이었지만, 이에 대한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사사건건 경쟁이 일어나 결국 브렉시트가 일어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좋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브릭스 가입국은 미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의향을 계속 내보이고 있다. 서방 진영에 대한 반감 의식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신흥국들이 미 달러화 의존에 대한 폐해를 호소하는 이유가 매우 분명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 연방준제도이사회(FRB)가 정책 전환을 시도할 때마다 신흥국이 휘둘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브릭스에 가입하는 신흥국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의 위상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2000년 세계 수입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9%, 중국의 비율은 약 3%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중국의 비율이 약 13%로, 양국의 차이는 11%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또 2022년 세계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과거 브릭스 국가들은 26.0%지만, 신규 가입국을 포함한 브릭스는 29.2%로 ‘세계 경제의 30%'라는 신흥국 세력이 될 수 있다. 2000년 시점에서는 브릭스가 약 10%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존재감은 현저히 확대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통화정책에 휘둘릴 수 없다는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실제로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신흥국들이 점점 늘어나는 등, 국제 통화의 다양성이 찾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분기별 세계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외환보유고 통화구성(COFER) 데이터를 봐도 운용 통화의 다양화 추세는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2023년 3월말 시점의 IMF 외환보유액 데이터에서는 미 달러 비율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60% 이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2년 10~12월은 통계 개시 이래 최저 수준(58.58%)을 갱신한 바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