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사는 중국 EV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바탕을 둔 저렴한 EV로 자유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시작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EU와 중국 간 무역 갈등이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보조금 제도 종료 이후에도 꾸준히 지원
EU의 중국 EV 차량 보조금 조사 착수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유럽과 중국의 상호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중국과 EU의 긴장은 부분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 간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고조되고 있다. EU는 이후 중국을 구조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특히 녹색 전환 과정에 필요한 재료와 제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EV가 보조금에 바탕을 둔 저렴한 EV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안방인 유럽 시장까지 내주면 경영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 차원의 더 저렴한 모델 개발과 함께 불공정 경쟁의 기반이 되는 중국 보조금 문제에 대해 정책당국에서 좀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약 13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고용의 약 7%를 차지한다.
실제 유럽에서 판매되는 중국 EV의 판매 가격은 일반적으로 EU산 모델보다 20% 저렴하다. 현재 중국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8%에 불과하지만, 2년 뒤인 2025년에 1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EU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57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EV 생산국이 되고, 올해 1분기 일본을 제치고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중국은 2022년부터 EV 구매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종료했지만, 여전히 일부 지방당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지원이나 세금 환급 및 소비자 보조금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또한, EV 배터리 최대 생산국으로서 EV 차량의 20%를 차지하는 배터리 구매에서 중국 EV 생산업체는 글로벌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EV 배터리 구매를 할 수 있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이 배터리 역시 보조금을 받고 있어 중국 EV는 이중의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U는 이를 그냥 두면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이 EU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행사하는 흐름이 EV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국가보조금 실태 조사에 나섰다.
실태 조사와 장애 요인들
EU 집행위는 WTO 규정을 근거로 향후 9개월간 실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중국의 반발이나 보복 규제가 예상되어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 EV 보조금 조사는 자칫 중국과 무역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중국의 맞대응이 EU 국가에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 현지 유럽 생산자에 대해 중국 내 추가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독일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 중이기 때문에 더 하락하면 경영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독일 정치권을 자극할 수 있고, 중국 EV 보조금 조사에서 독일의 소극적 협조나 미온적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조사 후 위원회는 유럽 산업에 가해진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중국 EV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 관세가 얼마나 높을지는 중국 보조금 규모에 대한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이전 보조금 조사는 종종 10~20%에 이르는 추가 관세 부과가 뒤따랐다.
EV에 대한 유럽 수입 관세는 10%로 낮다. 미국은 중국 EV 수입 관세가 약 27.5%에 달한다. 부과되는 관세에 따라 중국 EV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보조금 조사는 궁극적으로는 유럽 자동차업계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성비 좋은 EV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르노의 CEO 루카 데 메오는 “중국 라이벌들이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EU 정책당국이 EV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병행하면서 중국 EV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EV의 유럽 도전이 유럽 자동차의 발전을 채찍질하는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