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다른 주요국들과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주식과 채권의 외국인 보유액이 2021년 12월 최정점에서 올해 6월 말까지 거의 1년 6개월 사이 약 1조3700억 위안(약 1880억 달러)이 줄었다고 한 외신은 전했다. 이는 올 8월 한 달에만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대치인 120억 달러의 자금 유출을 확인하기 이전 상황이다.
이런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수년간 지속된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침체, 부동산 위기 그리고 서방과의 긴장 고조 등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며, 이런 우려들이 '중국을 피하라'는 투자자들 사이에서의 확신을 더 굳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홍콩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펀드 가입 비중도 2020년 말 이래로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했다.
한때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전 세계 다른 주요국,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 다른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에 약 7% 하락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는 3년 연속 하락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20년 만에 최장 연속 하락 기록이다. 반면 인도와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와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MSCI 신흥시장 지수는 3% 상승했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급자족을 달성하려는 시도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중국의 그런 흐름에 다른 시장들이 덜 민감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 디커플링 외에도 인공지능 붐이 대만 TSMC 등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본토 주식의 상승 여력을 제한한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30% 이상에서 약 27%로 떨어졌다.
동시에 이미 2023년 연간 최대치를 기록하는 중국을 제외한 주식형 펀드 출시와 함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서 중국을 빼내는 전략이 빠르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약 11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미 캘리포니아주 머시드퇴직연기금의 가우라브 판탄카르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리스크는 지방정부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 주택 재고 위험, 인구 통계, 의존도, 규제 변동성, 지정학적 고립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신흥시장 투자 기회는 다양하게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2023년 중국 국채에서 약 260억 달러를 회수한 반면, 나머지 신흥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총 62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며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중국이 국채 지수 포함에 따라 수반된 약 2500억~3000억 달러 유입액의 절반이 사라졌다.
위안화 매도 압력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16년 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있다. 대부분 주요 국가들의 통화 긴축정책과 달리 완화적 정책 기조 유지는 위안화 약세와 함께 외국인들에게 중국 자산을 회피할 또 다른 명분을 주고 있다.
기업 부채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4년째로 접어들면서 나머지 아시아 지역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채 시장은 중국 국내 투자자들이 약 85~90%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더욱 국내 투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모두 중국 경제의 악화로 투자처로서의 시장 매력이 떨어진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5% 성장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규모나 제조업 공급망에서의 핵심적 역할을 볼 때 시장에서 무시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부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 경로로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 등 상품을 통해서다.
에너지, 금속 및 식량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영향력은 증권 포트폴리오를 넘어서 세계 경제와 더욱 지속가능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낸다. 태양 전지판에서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글로벌 위상은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이행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무역 잠재력이 확대된 한 사례다.
즉, 경기 둔화가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신에너지 자동차, 소비 및 재생에너지 공급망처럼 구조적 성장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영역이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