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 수출은 자체 생산력 향상과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산유국의 감산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와 수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석유 수출은 2023년 미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 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미국 석유 생산량은 2022년과 2023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석유 수급에 상당한 몫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석유 생산과 수출이 세계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2022년 세계 3위였지만, 이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수출은 글로벌 원유 수요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일평균 1292만 배럴이다. 2024년에는 하루 1312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상반기 미국의 석유 수출량은 일일 평균 399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수치다.
미국의 석유회사들도 덩달아 수익을 내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미국 석유회사의 순이익은 6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수익이 나기 때문에 신규 투자도 늘리고 있다. 2023년 미국 석유회사의 투자액은 1100억 달러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도 당초 신규 허가를 금지했지만 유가가 급등하자 석유 생산 증가를 허용했다.
미국은 1959년부터 2015년까지 석유 수출 금지령을 시행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령을 해제하면서 미국은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셰일오일 생산량이 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풍부했기 때문이다.
월드시티 자료에 따르면, 물량과 가치 면에서 석유 수출은 올해 8월까지 미국 무역에서 가장 큰 수출이었으며, 2023년 전체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석유가 최대 수출 품목으로 등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석유 수출액은 103억 달러로 전체 미국 수출에서 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휘발유와 기타 연료가 그 뒤를 이었다. 톤수 기준으로 보면 석유의 비중이 24%로 가장 높았고, LNG·휘발유 및 기타 연료 순이다.
OPEC+의 공급 감소와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로 유가가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한 덕분에 지난 2년 동안 이런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 원유는 러시아와 중동의 최고 등급 원유와 달리 대부분 자동차 등의 연료로 사용하는 데 더 적합한 석유가 많이 생산된다. 중동 석유는 석유화학 제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중유가 대부분이다.
이에, 미국 원유는 휘발유 수요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으며, 휘발유로 정제하기에 더 적합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더 저렴하다.
실제 미국의 석유 수출은 유럽과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유럽은 미국 석유 수출량의 약 45%를 차지하고, 아시아는 약 42%를 차지한다. 2023년 상반기 유럽은 미국의 원유 수출량 기준 일일 175만 배럴로 1위를 차지했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이 수입을 주도했다. 아시아는 중국과 한국이 석유 수입을 주도하며 하루 168만 배럴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생산국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원유 등급인 WTI 미들랜드는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원유 등급의 브렌트 바스켓에 추가됐다.
기록적인 양의 석유 수출에도 불구하고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은 수출한 석유보다 더 많은 석유를 수입했다. 이는 미국의 많은 정유 공장들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종류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질 석유가 많이 생산되지만, 미국의 정유 공장은 중질 석유를 정제하는 공장들이 많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석유를 미국에서 소비하려면 미국의 정유 공장이 현대화되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종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에, 미국은 신규 정유 공장 증설보다 이웃 나라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한다. 10월 첫째 주에 미국은 하루에 63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전주보다 증가한 수치다. 수출보다 수입이 확실히 많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석유 산업의 미래도 밝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기술 발전으로 석유 생산량도 더욱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산유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글로벌 유가 안정 발판을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지켜봐야 할 과제들이 있다. 미국이 최대치 생산을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이란 등의 변수가 있다. 이들이 담합해 산유량을 줄이면 미국의 제어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이 세계 1위 산유국에 등극했지만, 글로벌 석유 수급의 악화를 힘겹게 막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종료하면 생산량을 증대하지 않을 수 있다. 유가가 너무 내리거나 오르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석유 수급 차질을 그나마 어느 정도 막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석유 산업의 미래에 단 하나의 관문은 기후 온난화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다. 바이든이 2024년 재선될 경우 이 흐름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석유 산업은 규제 없이 생산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