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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의 진화, 혁신 ‘촉매제’ 될까 ‘방해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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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의 진화, 혁신 ‘촉매제’ 될까 ‘방해물’ 될까

레이 네일러 미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제과학기술정책연구소(IISTP) 초빙연구원. 사진=IISTP이미지 확대보기
레이 네일러 미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제과학기술정책연구소(IISTP) 초빙연구원. 사진=IISTP
오픈AI가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맞먹는 수준으로 진화할 것인지가 AI 업계는 물론 전 세계 경제계와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이사회의 결정으로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챗GPT로 상징되는 최첨단 AI 기술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는 지배적임에도 AI가 앞으로 경제계와 향후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AI 시대의 도래가 ‘혁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외로 논의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AI, 혁신의 방해물 될 가능성”


타임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제과학기술정책연구소(IISTP) 초빙연구원이자 미국의 SF 전문지 로커스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SF 문학상인 로커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레이 네일러의 기고문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실으면서 AI 시대의 도래가 기업과 인류의 혁신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당겼다.

‘AI와 평범화(AI and Mediocrity)’라는 제목이 달린 네일러의 기고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직 활발히 논의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진화가 반드시 혁신을 담보하느냐, AI와 혁신이 반드시 동반자적 관계에 있느냐는 것이 그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이다.

오히려 AI 기술의 발전은 혁신의 필요성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낳아 궁극적으로 혁신의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네일러의 주장이다.

AI 기술의 발전과 창작 능력

그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근거는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고도의 지능을 지닌 인간의 전유물이라 할 ‘창작’에 관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방대한 통계에 근거해, 미리 데이터를 학습한 뒤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거나 예상을 내놓는 능력까지는 AI가 갖추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순수한 상상의 영역, 예상이 불가능한 문제를 다루는 분야, 즉 창작의 영역에서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도 상상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 즉 창작하는 능력이 있지만 AI에게는 미리 학습한 데이터에 근거해 추론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AI가 인간 일자리 잠식한다는 우려는 기우“

네일러는 따라서 AI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일축하는 입장이다.

그가 “AI가 사람 대신에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능력까지 갖추면 소설가나 화가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왜냐하면 AI가 그런 능력을 지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네일러는 “오히려 AI 기술의 확산으로 인류 입장에서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은 AI에 의존한 결과 창작의 필요성을 사람들이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첨단 AI가 사람이 그동안 해왔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면서 삶의 질이 최대치로 개선됐다고 착각한 결과 창작의 필요성 자체를 인류가 더이상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AI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상황이 겹치는 시대가 앞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창작의 필요성과 혁신의 관계


창작의 필요성은 혁신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처럼 창작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고, 그런 속성 때문에 끊임없는 혁신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거듭돼 왔지만 AI가 인간의 삶을 창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장학하게 되면 인간들도 더 이상 혁신을 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일, 전에 있었던 일, 과거의 사례에 기반해 AI가 인간 대신에 판단을 내려주기 시작하고 인간이 이에 안주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인간이 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음, 즉 혁신 의지가 점차 사라져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의 주장은 결국 AI 기술의 획기적인 진화는 평범한 인간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결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혁신 노력마저도 AI에 의해 ‘자동화’되면서 혁신 자체가 ‘하향 평준화’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포드자동차가 지난 1926년 도입했던 ‘주5일제’를 비근한 예로 들었다.

포드차가 근로의욕을 고취하겠다는 취지로 채택했던 주5일제는 하루 8시간 노동, 주 5일 근무를 전제로 최저임금 5달러를 주는 방식의 파격적인 근무 방식으로 당시 미국 노동계에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네일러는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인다는 것이 당초의 도입 취지였으나 결과는 취지와 딴판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고숙련 노동자들이 단순히 반복되는 작업만 처리할 수 있는 노동자들로 사실상 대체되는 결과를 빚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