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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전기차의 위기…소비 둔화·중국 의존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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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전기차의 위기…소비 둔화·중국 의존도 심화

전기차로의 전환이 미국에서 중대 기로에 놓였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로의 전환이 미국에서 중대 기로에 놓였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EV) 보급 정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는 거세고, 소재의 중국 의존도 증가와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대세로 자리 잡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 딜러 3900여 명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정부의 전기차 홍보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그들은 “정부의 비현실적인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 제동을 걸 때다”라며 “전기차는 (팔리지 않고) 주차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9만9000대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2023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이 전기차로의 일방적 전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동차 대출 금리 상승은 비싼 전기차 판매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과 10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빅3' 자동차 대기업을 상대로 벌인 파업은 전기차 전환으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공장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8월 미국 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의 비중을 2030년 안에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탈탄소화를 내세운 미국은 국내 생산을 장려해 막대한 보조금 공세를 펼쳤다.

바이든의 속내


미국 우선 산업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는 2024년 미국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제조업 노동자 ② 탈탄소화 실현을 강조하는 집권 민주당의 좌파 ③ 중국 배제를 요구하는 초당적 단체 등 세 집단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2024년부터 중국산 부품과 광물을 사용하는 전기차를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올해 초부터 중국산 전기차의 수입이 급증한 상태다.

미 공화당은 "전기차로의 전환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미국 내 전기차 관련 공장도 표적이 되고 있다. 공화당은 중국 자동차 배터리 대기업 궈쑤안이 미시간주와 일리노이주에 계획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겉으로는 궈쑤안의 최대주주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을 예정이었던 포드 자동차의 미시간주 공장은 의회의 반발로 생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 없이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전기차 소재인 흑연의 수출 허가를 강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원이 풍부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환경을 중시하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6명은 "인도네시아의 광업은 삼림 벌채와 연안 해역의 오염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도네시아와 조달 협정을 맺지 말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중국을 대체할 가장 유망한 국가로 보고 있다. 11월 중순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의회의 반대를 우려해 무역협상을 개시하지 못했다.

전기차 정책의 난맥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우어는 "민주당은 대선에서 '전기차 추진'을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탈탄소화 정책에 부정적이며, 정권이 바뀌면 전기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시장인 미국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제동을 걸면 친환경 자동차 트렌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