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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류 첫 화성 식민지화 계획' 머스크가 놓쳤다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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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류 첫 화성 식민지화 계획' 머스크가 놓쳤다는 문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왼쪽)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총수. 사진=구글/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왼쪽)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총수. 사진=구글/로이터
미국의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공개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총수의 과거 행적이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출현에 이어 인간의 지능과 맞먹는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AGI)’, 즉 ‘슈퍼 AI’가 머잖은 미래에 등장할 가능성을 둘러싸고 현재 논란이 뜨거운 것과 직결돼 있는 문제라서다.

머스크 자신도 오픈AI를 공동창업한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고, 오픈AI의 대항마로 ‘xAI’라는 AI 스타트업을 최근 출범시킨 주역이란 점에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AI 전문가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인류 최초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왔지만, 화성 탐사 계획을 짜면서 기본적으로 살피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머스크가 놓친 것으로 지적된 것은 바로 화성 식민지화 계획과 AI의 관계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가 머스크에 던진 질문


NYT는 머스크가 과거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구글 딥마인드를 공동창업하는 과정에서 나눴던 대화를 최근 기사에서 공개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창업 과정에도 참여했지만 구글 딥마인드 창업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계열의 AI 개발 기업이다.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해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머스크와 하사비스는 지난 2012년 처음 만나 구글 딥마인드를 창업하는 문제와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머스크가 구상하는 화성 유인탐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했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의 계획을 듣기만 했던 하사비스는 어느 날 스페이스X 본사를 찾은 자리에서 머스크가 화성 탐사와 관련해 장밋빛 계획을 늘어놓는 것을 지켜봤다.

지구에서 언제까지 인류가 계속 사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우므로 그 대안으로 화성을 식민지화해 인류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구상을 머스크가 밝히자 하사비스는 원론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머스크의 유인 탐사 계획에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사비스는 덧붙였다.

하사비스가 머스크에 던진 말은 화성 유인 탐사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텐데 앞으로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지닐 정도로 진화하는 것이 현실화될 경우 인류가 화성을 식민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AI가 궁극적으로 화성을 지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AI가 지구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인류의 노력에 결정적인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것인데, AI로 인한 리스크를 아울러 감안해 화성 탐사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 하사비스의 질문이었다.

AI와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화 계획의 허점


이 질문에 대한 머스크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류 사상 첫 유인 탐사 계획에 큰 의미를 두고 구상을 해왔지만, AI가 장애물이 되거나 심지어 인류의 노력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NYT는 “이 일화는 월터 아이작슨이 최근 펴낸 머스크 전기에도 소개가 돼 있지만 놀라운 이야기”라면서 “천하의 머스크가 AI발 리스크에 대해 아무 답도 내놓지 못한 것도 놀랍지만 머스크의 야심 찬 화성 탐사계획에 근원적인 허점이 있을 수 있음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NYT는 “각종 전염병의 대유행이나 핵전쟁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머스크가 구상한 것이 화성 식민지화 계획이지만 머스크는 적어도 2012년까지는 인류가 화성에 뿌리를 내리더라도 그사이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지닐 정도로 발전한 AI가 인류의 새 식민지에서 최대 위협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허를 단단히 찔린 것으로 보이는 머스크는 하사비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했지만, 구글 딥마인드에 투자해달라는 하사비스의 요청에 결국 응했으나 그 후로 머지않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