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트로프 대지진-후지산 화산설도 ‘점화’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번 화산 폭발로 인해 분화구에서 약 1㎞ 떨어진 지점까지 화산재 용암 조각이 날아갔으며, 높이 500m를 넘는 상공까지 연기가 치솟았다. 다만 인명 등 현재까지 보고된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미미한 피해에도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자연재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서다. 스와노세섬 화산 분화가 일본 대지진 시나리오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일본을 강타한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한 뒤 화산 활동이 시작된 것이라 전문가들의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지진학자 산가와 아키라 교수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토반도에는 다수의 단층이 존재하는데, 단층은 직선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토반도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이것이 규모 8~9에 이르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난카이 트로프란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의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한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필리핀해 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 가는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심해 4000m급의 이 협곡은 거대 단층을 품고 있는데, 이 단층의 움직임이 지진을 유발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동안 일본 문부과학성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30년 안에 일어날 수 있으며, 2022년에는 40년 내 발생 확률을 기존 80~90%에서 90%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산가와 교수는 "난카이 트로프의 거대 지진이 발생하기 수십년 전부터 노토 반도-규슈를 포함한 서일본에서 지진이 많아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단층 활동기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일어날 때 연쇄적으로 후지산 분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후지산은 필리핀해 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닿은 부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필리핀해판에 강한 자극이 가해져 마그마방이 흔들리게 되면 후지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스와노세섬의 화산 분화가 후지산 분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해저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인 만큼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후지산 분화’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위 불의 고리라고 말하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일본은 인근 화산 등의 활동으로 인한 연쇄작용이 발생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통가 훙가통가 섬의 해저 화산 분화가 발생하자 약 8000km나 떨어진 스와노세지마에서 이틀 뒤 화산이 분화된 것과 2022년 1월 28일 사쿠라지마의 미나미카타케 화산에서 폭발을 동반한 분연이 5차례나 이어진 사례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스와노세섬 분화가 다른 지역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 아닌,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것이라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미야기현 앞바다, 9월 가고시마현 도카라 제도 부근의 새벽 지진 모두 스와노세섬의 분화가 일어나며 그 영향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시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대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으며 소실 건물은 240만 채, 이재민은 9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총 경제 피해액은 일본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 220조 3000억 엔(약 201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액의 11배가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서 만약 후지산 분화까지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까지 커지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편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있다. 1707년 10월과 11월 난카이 트로프로 인한 호에이 대지진에 쓰나미가 제주까지 도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해에 원전이 몰려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