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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트럼프의 '화웨이 킬러' 꿈 이루나…오픈랜 기술 개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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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트럼프의 '화웨이 킬러' 꿈 이루나…오픈랜 기술 개발 가속화

오픈랜 기술 개발과 글로벌 확산 위해 약 2조원 정부 지원금 투입 등 총력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오픈랜 기술 개발과 확산에 총력전을 펼친다. 사진=AP/연합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오픈랜 기술 개발과 확산에 총력전을 펼친다. 사진=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꿈이었던 ‘화웨이 킬러’ 실현에 성큼 다가서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세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다양한 장비를 혼합해 쓸 수 있는 오픈랜(Open RAN)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주요 국가의 오픈랜 사용 동참을 유도하려고 15억 달러(약 1조998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오픈랜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빅3’ 중심의 현 통신 장비 시장 구도를 깰 수 있는 무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무선 통신 환경에서는 통신 장비 업체 1곳이 안테나, 무선 장치, 기지국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한꺼번에 맡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업체가 만든 장비를 섞어 쓰면 네트워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시스템을 무너뜨리려고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쓰면 세계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다양한 장비를 혼합해 쓸 수 있는 오픈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이 기술 개발과 세계 주요국의 동참을 위해 발 벗고 나섬에 따라 오픈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픈랜 시장 규모는 2021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서 2026년 64억 달러(약 8조5500억원)로 약 5배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관리청(NTIA)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오픈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고 WP가 전했다. 미 의회는 우선 국무부에 5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향후 5년 동안 오픈랜 사용 확산 캠페인을 전개하도록 했다. 또 NTIA가 15억 달러로 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 동안 오픈랜 기술 개발과 사용 확대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NTIA는 이날 텍사스 댈러스 지역에 오픈랜 장비 실험실을 개설하도록 4200만 달러의 정부 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 도코모, 인도 최대 통신기업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의 동참을 끌어냈고,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도 참여하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영국·일본·호주·캐나다 4개국과 함께 글로벌통신연합(GCOT, Global Coalition on Telecommunications)을 결성했다. 미국 NTIA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 일본 총무성(MIC), 호주 인프라교통·지역개발·통신부(DITRDCA),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등 5개국 통신 정책당국이 이 기구에 참여한다. GCOT는 차세대 네트워크 핵심인 오픈랜 표준 정립을 위한 호환성 마련에 협력한다.

미국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한국과 인공지능(AI), 오픈랜, 6G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여기에 5·6G 및 오픈랜 연구개발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다. 한국 정부는 오픈랜 기술 확보를 위해 민관 협력 기구인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29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여전히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어 미국 정부 관리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고 WP가 전했다. 중국 통신 장비와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이후 처음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하고 있다.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본다. 화웨이는 2012년 이동통신 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으며 2019년 점유율이 28%에 달했다. 스마트폰 점유율도 2019년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과정에서 참여국과 경제 협력을 맺을 때마다 화웨이 통신망을 깔게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정부는 2011년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와 사이버 전쟁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5월 16일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명단'에 넣고, 해당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그 뒤를 이어 바이든 정부가 화웨이에 미국산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