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기시다 정권이 기대하고 있던 효과는커녕 지방 경제와 중소기업을 지탱하는 지방은행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신 NISA는 기존 투자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늘린 상품이다. 기존 일반, 적립형, 주니어 등 3가지로 나뉘었던 유형을 일반 국민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 가지로 통일했다. △비과세 보유 한도 1800만엔으로 2배 이상 증가 △18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평생 비과세(기존 20년)가 혜택의 주요 골자다.
일본에서는 “매년 360만엔씩, 5년 납입해 1800만엔을 채우면 평생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제도운영의 목적은 기시다 정권의 ‘자산소득배증계획’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일본은 작년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이 2115조엔에 달하지만, 54%가량은 제로금리 예금과 현금 등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12.6%), 유럽(35.5%)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잠자고 있는 현금을 투자해 자국 증시와 경제를 선순환하게 하고, 투자자 수익을 촉진시켜 국민 자산을 늘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주식 전문가들은 이 신 NISA에 기시다 정책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호응도도 나쁘지 않다. 19일 라쿠텐인사이트의 리서치에 따르면, 신 NISA를 알고 있으며 구좌개설을 검토했다는 응답이 82.4%로 나타났다. 또 자산운용을 실시하고 있는 사람 중 31.6%가 신 NISA를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상품들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가입률이다.
이런 가운데 15일 SMBC닛코증권 리서치센터가 신 NISA 제도 시작 이후 공모 주식투자신탁 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그리고 신규 매수 등으로 유입된 금액에서 해약 혹은 매각으로 유출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한 '순유입액'을 집계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 NISA 대상인 주식형 투자신탁(ETF 제외)의 순유입액은 약 1조2800억엔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1조2800억엔 중 일본 주식 투자 유형으로 유입된 금액은 약 1300억엔에 불과한 반면 해외주식 투자 유형 금액은 약 1조500억엔으로 80%를 넘었다는 것에 있다. 순유입액 1위를 차지한 것은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올컨트리로, 자금유입액은 약 3400억 엔에 달했다. 이 상품은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신 NISA를 통한 일본 개인투자자의 투자금 대부분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다소 엉뚱한 결과다.
당초 SMBC닛쿄증권은 신 NISA의 효과로 연 2조엔 가량이 일본 주식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체험을 한 일반인들이 늘어난다면, 증시 유입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투자액이 대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교도통신은 신 NISA로 인해 예금 대량 유출이 예상되는 지방은행의 운영 악화 우려를 보도했다.
교도통신 지난 13일 발표한 지방은행 73개사가 2023년 4~12월 결산에 따르면 이들 연결 순이익 합계는 8177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가격 하락과 지방 내수경기 악화로 대출처인 기업의 도산 위험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 NISA로 인해 저축 예금을 빼내 투자를 단행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혜택으로 과중한 투자를 유도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내수경기를 부흥시켜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토미타 유이치 후지TV 해설 부위원장 겸 공인재무설계사(CFP)는 “스즈키 금융 담당 장관은 NISA에 대해 안정적인 자산 형성의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제도에 리스크가 있는지를 파악한 후 투자 목적과 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등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