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 국가들 또한 구리 제련 설비 확대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시장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석과 광산 권익 확보는 구리 시장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구리 수요, '닥터 구리'의 진단
구리 수요는 세계 경제 성장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경기 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닥터 구리'로 불리는 국제 구리 시세는 연간 2700만 톤에 달하는 세계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동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기차 판매 둔화는 구리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 구리 시세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MRA)의 집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중국의 구리 금괴 및 구리 제품 수입량은 월 50만 톤 내외로 정점을 찍었으며, 작년에는 지난 5년 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그러나 중국의 구리괴 수입 감소는 단순한 경기 변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변화를 나타낸다. 구리광석과 등급을 높인 구리 정광(농축액) 수입은 2012년경부터 급증하여 현재 지난 5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내 구리 제련 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원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중국의 구리 시장 변화
과거 금속 소재는 자원국에서 광석을 생산하고, 이를 제련하여 금괴와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국내 구리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12월에는 120만 톤, 연간 1400만 톤을 달성했다. 이는 세계 구리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무라 나오히로 MRA 공동대표는 "구리는 일반적인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탈탄소화에도 필수적인 금속 소재다. 중국은 원료를 수입하여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는 자구책을 통해 구리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희소금속류 생산 강화에 이어 구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무라 나오히로 대표는 국제 긴장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현물(구리괴) 부족이 중국의 전략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도 또한 구리 제련 설비 확대에 투자하여 연간 100만 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탈탄소화와 신흥 시장 성장, 구리 수요 지속 증가 전망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리 소재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탈탄소화 추진은 세계 구리 수요 지속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 선물 가격은 톤당 80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다 가쓰키 비철금속 컨설턴트는 "5년, 10년 후 초선물이 3개월 선물보다 높은 콘탱고(순차익)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구리 시장의 강력한 상승세를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등 국가들의 제련 능력 확대는 광석과 정광에 대한 수요 증가를 야기하고, 이는 광석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나마 쇼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구리 국제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리 시장, 파나마 쇼크로 불확실성 심화
지난해 10월 파나마는 코브레 구리 광산의 환경 파괴와 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토지 매각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다. 시민들은 광산 운영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정부의 개입을 요구했다.
파나마 대법원은 시민들의 항의에 힘입어 코브레 광산 운영 회사인 캐나다 FQM사와 정부 간의 계약을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코르티소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광산 폐쇄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국제 구리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향후 구리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을 심화시켰다.
코브레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노천 구리 광산이며, 국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만약 광산 생산이 순조롭게 확대되었더라면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1.5%를 충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민족주의 부활, 국제 시장에 새로운 변수 등장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니시하마 토오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브레 광산 계약에서 FQM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항들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사건은 자원 민족주의의 성장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향후 국제 자원 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시장은 2024~2025년까지는 신규 광산 생산 및 증설로 인해 광석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파나마 쇼크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 등 국가들의 구리 생산 증설 계획도 광석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자원 확보에 대한 조급함 드러내
코브레 광산을 운영하는 FQM에는 중국 제련 대기업인 장시동업그룹이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입 조건 완화와 구리 스크랩 조달 확대 등을 통해 원료 확보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생산한 광석을 국내 산업에 우선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인도네시아는 니켈과 보크사이트 수출을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리 정광 수출은 올해 5월까지 허용되지만, 국내 제련 설비 확충에 맞춰 수출세가 인상될 예정이다.
자국 소비 우선 정책, 구리 확보 어려워지다
중국은 물론 인도나 인도네시아에서 제련하는 구리도 기본적으로 자국 소비를 우선하기 때문에, 광석뿐만 아니라 구리괴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의 가와이 부장은 "해외에서 어떻게 권익을 확보하고 광석 조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광산 개발은 대부분 고지대나 오지에 위치하여 조건이 나쁘고, 환경 대책 비용도 부담스럽다. 이러한 어려움은 구리 선물 초장기 선물 시세의 고공행진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변화하는 구리 시장 환경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기업들은 자원 확보 경쟁 심화, 환경 규제 강화,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 환경 친화적인 경영 활동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