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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3조 투입… 삼성·SK 투자자라면 ‘이 지표’부터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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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3조 투입… 삼성·SK 투자자라면 ‘이 지표’부터 보라

미국 상무부, IBM·글로벌파운드리 등 9개사에 CHIPS법 보조금 의향서 전격 체결
K-반도체 파운드리 '새 기회' 열리나… 핵심 '설계 자산' 공백은 중장기 리스크
미국이 양자 컴퓨팅을 ‘제조 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양자 컴퓨팅을 ‘제조 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양자 컴퓨팅을 제조 산업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21(현지시각) 반도체 지원법(CHIPS) 총 예산의 약 4.0%에 해당하는 201300만 달러(3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IBM과 글로벌파운드리 등 9개 양자 하드웨어 기업에 지원한다는 의향서(LOI)를 발표했다고 22EE 타임스가 보도했다.

연구실 단계를 넘어 제조 기반을 갖춘 국가 기간산업으로 양자 기술을 격상하겠다는 산업 정책적 선제 포석이다. 다만 큐비트 양산 능력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알고리즘 생태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막대한 공공 자금이 기술적 성과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M·글로벌파운드리 중심 제조 기지 구축… 아키텍처 다변화로 리스크 분산

이번 자금 집행의 핵심은 하드웨어 제조 능력 선점이다. 전체 지원금의 절반에 달하는 10억 달러(15000억 원)를 받는 IBM은 뉴욕주 올버니에 미국 최초의 양자 전용 파운드리 독립 법인 '앤더론(Anderon)'을 설립하고 300mm 웨이퍼 기술을 이식해 초전도 큐비트 양산에 나선다.

글로벌파운드리는 37500만 달러(5650억 원)를 확보해 공급망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나머지 자금은 디웨이브(1억 달러, 1506억 원·초전도 어닐링), 아톰컴퓨팅(1억 달러·중성원자), 디락(3800만 달러, 572억 원·실리콘스핀) 등 다양한 아키텍처를 보유한 7개 스타트업에 배분됐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기지 구축 대가로 이들 기업의 지분 약 1% 내외를 확보하는 조건이다. 단순 보조금이 아닌 사실상 지분 투자형태로, 핵심 기술 주도권을 직접 확보하려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 컴퓨팅 시장(TAM)은 지난해 약 11억 달러(16500억 원)에서 오는 203076억 달러(1145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30% 이상 고성장할 전망이다. 수밋 카푸르 자파타 퀀텀 최고경영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방식을 포괄해 지원하는 구조는 긍정적"이라며 "속도와 비용에 따라 다양한 기술 경로가 각기 다른 용도로 공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플랫폼 다변화로 각 하드웨어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 벤치마킹 주체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는다.

알고리즘 생태계 누락이 병목…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인위적 버블' 우려


기술 업계 내부에서는 하드웨어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인공지능(AI)이 빅테크들의 '소프트웨어 수요'에 의해 HBM 등 하드웨어 투자가 촉발된 반면, 양자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하드웨어 공급이 먼저' 이루어지는 기형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큐비트와 웨이퍼라는 하드웨어(어떻게)에만 자금이 쏠리고, 이를 구동할 알고리즘(무엇을)과 실제 기업이 돈을 지불할 활용 사례()에 대한 투자가 빠져 있어 전방 산업의 수익화 경로가 막힐 경우 하드웨어 자본지출(CAPEX)이 버블로 전락할 위험이 공존한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양자 응용 프로그램의 중대한 과제' 보고서도 대규모 오류 수정 양자 컴퓨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미래 가치를 입증하는 소프트웨어 단의 증거가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성공의 기준을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가 아닌 '양자 효용(Quantum Utility)'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구글의 윌로우 시스템처럼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 걸릴 계산을 몇 분 만에 풀어내는 기술적 과시는 이미 통과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산업 현장의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과 연결되지 않는다.

K-반도체 파운드리 기회 열리나… 설계 자산 공백은 중장기 숙제


미국의 양자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조치는 한국 반도체 대장주들에게 상반된 주가 모멘텀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공정 측면에서 단기 수혜가 예상된다. 실리콘 스핀이나 초전도 기반 양자 소자는 기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과 제조 기반을 공유하므로, 글로벌 기업들의 양자 칩 수탁 생산 요청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양자 하드웨어 자체의 직접 수혜는 제한적이나, 차세대 초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양자 시스템과 연동될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차세대 메모리(CXL)의 간접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은 제조 수주’, SK인프라 수요에 베팅하는 구조다.

그러나 핵심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등 지적재산권(IP) 시장을 영미권 빅테크가 독점하는 구조는 치명적인 중장기 리스크다. 한국이 원천 기술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하드웨어 하청 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양자 화학, 배터리 신소재 시뮬레이션 등 국내 제조업 강점과 결합한 특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자금 집행 전 점검해야 할 핵심 시나리오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 기업과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는 기술적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당장 추적해야 할 4대 체크포인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미국 상무부 최종 보조금 확정 여부다. 의향서 단계인 201300만 달러가 기업별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실제 현금으로 집행되는지 점검한다. 보조금 철회나 지연은 관련 하드웨어 밸류체인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직접적 요인이다.

둘째, 글로벌 빅테크의 양자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다. 아마존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하이퍼스케일러 플랫폼에서 양자 컴퓨팅 가동 시간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가동 시간과 매출 성장은 전방 산업의 양자 하드웨어 수요가 실재함을 입증하는 척도다.

셋째, 양자 오류율(Error Rate) 감소 및 논리 큐비트 확장 속도다. 가짜 성장과 진짜 진보를 가르는 지표로, 물리적 큐비트 수 늘리기를 넘어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는 논리 큐비트의 생성 속도를 추적해야 한다. 결함 허용(Fault-Tolerant)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이 상용화의 분수령이다.

넷째, 5년 내 고부가가치 실효성 지표다. 양자 화학, 배터리 분자 시뮬레이션, 금융 최적화 모델 등에서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비용 대비 효과가 소수점 한 자리까지 계량화되어 발표되는지 주시한다. 실질 비용 절감 데이터가 나와야 빅테크의 하드웨어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

양자는 '기술'이 아니라 '수요 검증'의 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진짜 승자가 갈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