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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리스크' 시작된 日증시…거품 빠지는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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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리스크' 시작된 日증시…거품 빠지는 전조?

7일 일본 도쿄에서 한 남성이 닛케이 평균주가의 종가 정보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날 도쿄 주식 벤치마크는 오전 거래에서 40,472선까지 오른 후 492.07포인트(1.23%) 하락한 39598.71로 마감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7일 일본 도쿄에서 한 남성이 닛케이 평균주가의 종가 정보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날 도쿄 주식 벤치마크는 오전 거래에서 40,472선까지 오른 후 492.07포인트(1.23%) 하락한 39598.71로 마감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랐던 일본주식이 엔고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거품’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곧 다가올 금리인상 이후의 장기 엔고 국면에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닛케이지수 종가가 1.23% 하락해 4일 만에 역사적 고점인 4만 포인트에서 내려온 것은 환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저녁 무렵 달러 대비 1% 넘게 상승했다. 150엔을 넘나들며 ‘금융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테스트하고 있다던 엔저 현상이 순식간에 사라진 이유는 일본은행의 금리전환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날 발표된 월간 노동통계조사에서 실질임금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나카가와 순코(中川順子)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강연에서 1%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춘투의 임금인상 요구액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는 등, 3월 18~19일 금융정책회의에서 금리조기 해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매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화정책 동향을 좌우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2011년 만에 처음으로 0.2%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왑(OIS)에서 3월 19일 금리인상 확률은 지난 주말 기준 30% 정도에서 지난 8일 한때 80%를 넘는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닛케이지수와 엔화 시세 민감도를 나타내는 베타값은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엔화가 1% 상승하면 닛케이지수는 2%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양 측의 상관관계 계수도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닛케이지수가 받는 영향력이 막대해졌다는 것이다.

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엔화 매도 포지션은 202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 포지션이 해소되면 엔화 강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2024년 말까지 달러 대비 139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흐름에 전문가들은 일본의 벤치마크지수가 그동안 매우 가벼운 이유로 폭등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주식 분석 전문 업체 아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의 전략가인 아미르 앰버자데는 “엔달러 환율로 인해 일본 주식 모멘텀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매우 한심한 일”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가벼운 투기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과거 거품경제와는 다르다며 떠들썩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엔고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조이 츄 아시아 외환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고객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 발언과 춘투 임금인상 협상 여지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여파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매파적 태도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엔화 숏 투기 포지션이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고는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 엔고 기세가 이어진다면 닛케이지수의 상승 흐름이 멈추고 거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시장 반응이 너무 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일본은행이 올 3~4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어떤 변화도 완만하고 완화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완만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엔고 현상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나카마츠자와 마츠자와 노무라증권 최고전략가는 "미 달러화가 기세를 잃기 시작했고,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관측은 엔화를 다소 상승시켜 투자자들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작고 금리인하 시기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엔화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