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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오는 ‘모시토라’…日 ‘트럼프2.0’ 대처방안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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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오는 ‘모시토라’…日 ‘트럼프2.0’ 대처방안 마련 분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출이 확실시 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모시토라('혹시라도 트럼프가 또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이란 뜻의 신조어)’를 대비하기 위해 정·관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0일 지지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규모의 예비 선거가 한꺼번에 열리는 ‘슈퍼 화요일’에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며 ‘바이든 vs 트럼프’의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일본이 위기감을 갖고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일본 입장에서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관세와 관련된 논란으로 다케시 니나미(新浪 剛史) 산토리홀딩스 사장은 “관세 문제로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며 모든 수입품에 10%, 대 중국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이다. 가라이 마사요시 일본제지연합회장은 “관세 문제로 인해 중국 산업이 흔들리면 일본도 무너질 수 있다”라며 “수출과 기반 산업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EV시장 견제를 위한 인플레이션 억제법(IRA) 등 바이든의 탈탄소 정책을 미국 고용에 '치명적'이라고 정면으로 부정하며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받게 될 영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에 EV용 배터리 공장을 보유한 파나소닉 HD는 올해 미국 정부의 지원책으로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850억 엔으로 상정하고 있다.

또 토요타자동차는 전기차 수요 증가를 예상해 미국에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되고 있는 토요타 배터리 공장은 기존 2개에서 8개로 확장됐고, 투자금액은 139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IRA철폐가 진행된다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일본 산업이 받게 될 여파가 우려되면서, 정치적인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내각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미 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외무성은 워싱턴 주미대사관과 각지 총영사관과 접촉해 정세와 트럼프의 발언 요지를 분석하고 있다. 과거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제2기 트럼프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물밑에서 접촉할 생각이다.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대선에서 일본 정부는 당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트럼프 진영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무성 간부는 "양측과 대화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모시토라’ 대처가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자민당의 한 베테랑 의원은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외교보다 딜(거래)을 중시한다. 재선되면 심각한 불안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얼마나 트럼프가 원하고 있는 것을 내어주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대만 사태 등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는 ‘일본의 더 많은 기여’라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트럼프 재임 시절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했던 다소 굴욕적 외교 자세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이런 우려들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학 명예교수는 "만약 중국의 EV를 규제한다면 일본의 하이브리드 시장에는 호재가 될 것이며,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에 일본이 협력한다면, 미일 간에는 일본이 양보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 주미대사를 지낸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郎)는 "트럼프의 1기 선거 전 공약 이행률은 약 50%"라고 지적한 뒤 "관세의 일률적 인상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용히 호소하는 한편, 국제기구의 필요한 개혁을 함께 이끌어 나갈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