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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첨단 반도체 싹 자르기…中, ‘물량’ 앞세워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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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첨단 반도체 싹 자르기…中, ‘물량’ 앞세워 반격

미국 정부가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 CXMT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 CXMT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 6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통해 중국 첨단 반도체 산업의 ‘싹’ 자르기에 나선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스(CXMT)를 포함한 총 6곳의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주로 DRAM 제품을 제조하는 CXMT는 지난해 12월 중국 최초로 최신 DRAM 제품 중 하나인 저전력 DDR5(LPDDR5)의 양산에 성공하며 관련 업계를 놀래킨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CXMT를 포함한 중국 기술 기업 6곳을 ‘블랙 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은 물론,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 등록되면 미국 기술이 사용된 첨단 반도체와 각종 부품 등의 수입이 금지되고, 미국산 개발도구와 각종 소프트웨어(SW)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이 리스트에 가장 먼저 오른 화웨이는 핵심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거의 몰락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현재 이 리스트에는 화웨이 외에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 중국 국영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 YMTC 등이 올라있다.

이번 CXMT의 블랙리스트 등재는 중국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어떻게든 틀어막고, 이를 통해 패권국가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성장세를 억누르겠다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란 이름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3차 펀드를 조성 중이다. 이번 펀드 규모는 약 2000억 위안(약 36조원)으로, 앞선 1차 및 2차 펀드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주장하며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두 번에 걸쳐 총 45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첨단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장비 국산화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화웨이가 개발한 7나노급 5G 칩 ‘기린 9000s’를 자체 기술로 제조하는 데 성공하며 미국 정부를 충격에 빠트린 SMIC와 지난해 10월 232단짜리 3D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며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과 일본(키오시아) 기업들을 거의 따라잡은 YMTC 등이 이 펀드의 대표적인 수혜자들이다.

하지만, 투자 기준 및 대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눈먼 투자’가 남발되면서 1~2차 펀드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펀드 담당자를 비롯한 담당 관료들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대거 경질 및 교체됐다.

그 사이 미국의 누적된 반도체 제재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까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중국도 1·2차 대비 더욱 규모가 커진 이번 3차 펀드를 통해 위기에 처한 자국 반도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은 규모나 생산량 등에서 자국이 강점을 보이는 기존 레거시 반도체(20나노급 이상 성숙 반도체)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미국에 역습을 가할 전망이다.

레거시 반도체는 일반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기계와 장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기초 소재로 꼽힌다.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리스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제조 능력이 빠르면 5년 내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29%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기술’로 찍어 누른다면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의 ‘물량’으로 미국의 주요 제조업 공급망을 뒤흔들어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