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日 '재해원호자금' 미상환 속출…잇따른 대형 재난에 세금 ‘줄줄’

공유
0

日 '재해원호자금' 미상환 속출…잇따른 대형 재난에 세금 ‘줄줄’

지난 1월 4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유명 관광지인 '와지마 아사이치(아침 시장)'이 지진으로 전소돼 재만 남아 있다. 노토반도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생활 터전을 잃었다. 사진=신화/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4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유명 관광지인 '와지마 아사이치(아침 시장)'이 지진으로 전소돼 재만 남아 있다. 노토반도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생활 터전을 잃었다. 사진=신화/뉴시스
일본에서 수년간 발생한 대형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원했던 국가 대출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아 세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10일 교도통신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이들의 생활 재건을 위해 일본 정부와 도도부현이 출자해 집행한 특별 초저금리 장기대출 '재해원호자금'에 대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3현 약 9000명이 약 63억 엔의 상환을 체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출 대상자의 약 30%에 달하며, 7개 시와 마을에서 발생한 상환 요구 소송은 총 227건이 발생했다.
또 같은 날 요미우리는 9도현 재해지원지금 약 525억엔 중 8도현에서 약 57억엔의 상환이 지연되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대출과 회수 창구가 된 3개 현 79개 시정촌에 1~2월, 지난해 말 기준 상황을 조사한 결과 약 2만 8000명에게 총 498억엔이 대출됐고, 이 중 약 6500명이 약 125억엔만을 상환했을 뿐 대부분이 체납됐다.

내각부는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의 체납액은 2022년 9월 말 기준 55억1333만엔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군구별로는 센다이시가 가장 많은 26억 4446만엔에 달한다.

일본의 재해원호자금이란 재해조위금 지급법에 따라 완파나 반파 가구 등에 150만~350만엔을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정부가 7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도도부현이나 시가 부담하며, 시읍면이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동일본대지진 재해원호자금 체납 내역이 집계되기 시작한 이유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당시 집행한 대출의 초장기 상환일이 임박하기 때문이다.

올해 봄부터 본격적인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의 곤궁함으로 인해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납자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이거나 고령자들로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상황인데다 재해로 인해 산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되어 이주민 생활을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체금 회수 작업도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상 시읍면 등 작은 단위의 지자체가 회수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질적인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 활동이 거의 없거나 혹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노령 인구라 대출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의 재해조위금 지급법에 따르면 채무자의 사망, 중증 장애, 파산 등의 경우 상환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채무가 면제되려면 상속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상속인 확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 이 또한 지자체의 부담이 되고 있다. 대출 집행은 정부가 하고 그 ‘처리’는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일을 더 키웠다.

때문에 센다이시는 대출자가 사망한 경우 상환을 면제하는 독자적인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예금 유무, 생활보호 수급 여부, 연대보증인 유무, 대출자와 상속인과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판단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말까지 자체적인 면제를 결정했다. 이어 미야기현 기센누마시에서도 비슷한 기준 마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이토 미츠이치(斎藤充) 재해지원자금과 과장은 "상환을 승계하더라도 생활에 여유가 없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결국 심각한 세금 누수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자민당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13년을 맞이해 "부흥과 창생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노토반도 지진에 발행할 재해원호자금까지 장기 미상환 금액이 누적될 경우 재해 세금 누수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전망이다.

재해지원자금에 정통한 야마사키 에이이치(山崎栄一) 간사이대 교수(재해법)는 "보증인이 필요 없어 대출이 쉬운 반면, 상속인 승계를 강조하면 피해자가 대출 신청을 망설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급여형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대로는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