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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인수합병…트럼프·바이든 누가 돼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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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인수합병…트럼프·바이든 누가 돼도 문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이 최대 난국에 부딪혔다.

1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지속된 상징적인 미국 철강회사이며, 반드시 미국 기업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며 일본제철 인수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US스틸의 인수합병에 처음으로 직접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US스틸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북부 오대호 인근 중공업 위주 제조업 공업지대)는 이번 미국 대선 격전지로 평가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 발표 전 데이비드 매콜 전국철강노동조합(USW) 회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철강 노동자들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매콜 회장은 "미국 최대 철강업체 중 하나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자국의 국방과 중요 인프라 수요를 모두 약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난관에 봉착했다. 현 정권이 직접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미 규제 당국이 인수를 강제로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법령상 외국 기업과 현지 기업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주 승인과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CFIUS는 국가 안보상 등을 이유로 기업의 인수합병을 저지할 수 있으며, 혹은 해당 계획의 수정을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판단을 일임할 수 있어서 인수합병 작업이 강제적으로 중단될 수도 있다.

만약 CFIUS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일본제철은 US스틸에 위약금 5억6500만 달러(약 836억 엔)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상대로 유력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미 “내가 대통령이 되면 US스틸이 팔리는 것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표명한 바 있어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이번 인수합병은 코너에 몰리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일본제철만 오롯이 손해를 보게 생겼다는 것이다.

14일 블룸버그는 미 철강 대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US스틸의 인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루렌코 곤칼베스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루렌코 곤칼베스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결렬되면 우리는 기존 입찰가와 다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며 “현재 인수에 반대하는 노조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프스는 지난해 8월 US스틸을 인수하기 위해 72억 달러를 제시한 바 있다.

즉 이번 인수합병이 무산된다면 일본제철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셈이다.

US스틸 인수로 세계 철강업계 3위를 노리던 일본제철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제조산업 자체의 청사진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은 물론이고 미국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대미 투자계획 자체가 어그러진다.

더 나아가 다른 산업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국 현지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제철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 이후 즉각 “미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는 미국 기업이 아닌 일본제철이고, 자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미국 철강업계, 나아가 미국의 안보에 분명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인수합병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또한, 일본제철은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USW와도 협상을 지속해 기존 합의 금액보다 140% 증액된 14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표명하고, 오는 2026년 9월까지 일정 조건하에 해고나 공장 폐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4월 1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미에 따른 미·일 정상회담에서 희망적인 이야기가 오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당근’이 미국 최대 이벤트인 대선을 앞두고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아트 호건 B. 라일리 파이낸셜 최고 시장 전략가는 "해외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 항상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선거가 있는 해에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기업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