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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여성 CEO, 20여년 만에 첫 감소...지난해 11.8%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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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여성 CEO, 20여년 만에 첫 감소...지난해 11.8%에 그쳐

미국 1만5000개 기업과 금융기관 조사...여성 CEO 2022년 12.2%에서 감소

미국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링크트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링크트인
미국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 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기관이 미국의 1만5000개의 기업·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CEO의 비율은 지난해에 11.8%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당시의 12.2%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여성 CEO 비율이 줄어든 것은 이 기관이 지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에 여성 CEO 60명이 남성으로 교체됐다.

이 기관은 보고서에서 “성평등의 밝은 면으로 꼽혔던 여성 CEO가 줄어든 것은 놀라운 반전으로 2022년에는 크게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라고 밝혔다. 엘렌 코섹 퍼듀대 교수는 “미국이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여성 CEO가 줄고 있는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기업의 고위 관리직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전했다. 이 기관은 고위 관리직 여성의 증가율이 지난해에 0.5%에 그쳤고, 이는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비율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핍스 미들 조지아대 교수는 WP에 “여성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핍스 교수는 “대체로 정형화된 이런 추세가 유리 천장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한때 주목을 받았던 DEI가 퇴조하는 것도 여성 CEO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지적했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는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장애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기업의 고용 기준 등으로 DEI 가치가 널리 확산했으나 보수 진영은 DEI가 미국의 전통 가치인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백인 남성의 역차별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해 역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포천 500’ 기업 중에서 여성 CEO의 비율은 약 10%인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포천 조사에 따르면 여성 CEO가 남성보다 재임 기간이 현저하게 짧다”면서 “여성 CEO 평균 재임 기간은 4.5년이나 남성 CEO는 7.2년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대기업을 이끄는 여성 CEO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포천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여성이 CEO인 기업은 29곳으로 집계돼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글로벌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는 2022년보다 5명 증가했으나 그 비율은 5.8%에 그쳤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