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지원하는 중국 은행 제재 가능성 제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억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돕는 중국 일부 은행에 대한 제재를 논의했지만, 아직 그러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22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당장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외교를 통해 중국이 자체적으로 이를 규제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제재를 피할 수 있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까지 러시아를 돕는 중국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와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 중앙은행과 일부 러시아 은행을 SWIFT(국제은행간통신망)에서 차단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은행들은 SWIFT 차단을 우회하여 러시아와의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중국 은행의 러시아 지원 방식은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거래 지원,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의 수입 결제 지원, 러시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러시아 상품 수출 금융 지원, 러시아 정부나 기업에 직접 대출 제공, 러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 등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알려진다.

미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 군수품에 대한 중국의 상업적 지원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일부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여 백악관과 재무부는 이에 대해 즉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민간이나 군사용 이중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무역을 돕는 중국 금융 기관에 대해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링컨은 지난 19일 러시아 방위 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무기에 대한 핵심 부품 공급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의 전쟁에 핵심적인 기여했다고 비난했다.
대부분의 세계 무역에서 사용되는 달러에 대한 은행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은 종종 파급영향을 감안해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된다. 이러한 제재로 인해 은행이 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속한 경제 회복과 부채 증가 속에서 미국이나 EU가 중국 일부 은행에 대해 실제 SWIFT에 접근을 차단할 경우, 중국 경제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논란 속에 블링컨 국무장관이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중 관계 개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 측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주석 방문에 앞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근 610억 달러를 비롯해 액 1,000억 달러 가까운 지원을 해왔다. 적자재정 속에 경제적 부담에 정치적 갈등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를 돕는데 반해 중국이 러시아와 비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누리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임을 다시 경고하는 의미가 있으며, 중국이 당장 수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우회 제재 수단은 얼마든지 있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중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과거 이란 기관과의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쿤룬 은행과 같은 소규모 중국 은행을 제재한 바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불러올 세계 경제와 미-중 관계에 미칠 파급 악영향을 감안, 그간 중국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는 자제했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미국이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무역 교류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 측이 중국 측을 비난하는 위선적인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교류를 할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 대신 위안화 거래를 늘려 미국 제재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의 몇몇 은행은 제재 준수 요건을 강화해 모스크바로의 송금이 지연되거나 거부된 바 있다고 로이터가 3월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제한 조치가 얼마나 강력한 연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은행들은 미국과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과의 거래를 차단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 은행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재를 조심하는 은행들은 고객에게 미국 SDN(특별 지정 국민) 목록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거래에 무관하다는 혹은 수혜자가 아니라는 서면 보증을 제공하도록 요청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려는 조치 중 하나다.

은행들은 고객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의 신원과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고객에게 서면으로 보증을 요청할 수 있다. 고객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은행은 해당 거래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고,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중국 정부의 결연한 입장과 달리, 중국 정부의 관리를 받는 사실상 국영인 중국 은행들이 제재의 대상이 되거나 불필요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