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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한국 의사들 '유혹'...면허시험·전공의 과정 면제 15개 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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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한국 의사들 '유혹'...면허시험·전공의 과정 면제 15개 주로 확대

테네시주 올해 7월 첫 시행, 1년 사이 15개로 급속 확산, 앞으로 더 증가할 듯

미국의 테네시주가 올해 7월부터 외국 의대 졸업생 유치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간다. 사진은 테네시주의 한 병원. 사진=아이위트니스 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테네시주가 올해 7월부터 외국 의대 졸업생 유치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간다. 사진은 테네시주의 한 병원. 사진=아이위트니스 뉴스
한국에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 외국 의과 대학 졸업생(IMG,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s) 유치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미국의 의학 전문지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외국 의과 대학 졸업자가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치르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의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 단위의 입법을 마쳤거나 현재 이를 추진하고 있는 주가 최근 1년 사이에 15개 주로 늘어났다.

메드페이지 투데이는 “불과 1년 전에는 테네시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미국에서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아도 영구 의사 면허증(permanent Licensure)을 딸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제 그 이후에 더욱 많은 주가 그와 유사한 입법을 했거나 입법을 곧 완료할 예정이고, 일부 다른 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에 대한 전공의 수료 기간을 단축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대학 중에 '프리 메드(pre-med)' 과정을 이수하면 졸업 후에 4년제 의과 전문 대학원인 ‘메디컬 스쿨’에 진학한다. 그다음에 최소 3~4년의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수료하고, 스텝 1, 2, 3으로 불리는 의사면허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의사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테네시주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미국 의사 밑에서 2~3년간 보조 의사 생활을 하면 미국의 전공의 과정과 의사 면허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의사 면허증을 발급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주 정부와 의회가 외국 의대 졸업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핵심 이유는 미국 의대 졸업생만으로는 필요한 의사를 충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대 정원을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으나 그 수요를 맞출 수 없어 외국 의대 졸업생 스카우트에 나섰다.

미국의 각 주가 외국 대학 졸업생을 유치하는데 적용하는 법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미국의 전공의 과정을 완전히 또는 거의 면제해 주는 주는 4개 주이다.

테네시주는 지난 2023년 4월에 제정한 법을 통해 외국 의대 졸업생이 ‘임시 면허증’으로 이 주의 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면 그다음에 완전한 의사 면허증을 내준다. 테네시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이 법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하오 유 하버드 의대 교수는 이 매체에 “외국 의대 졸업생이 이 법 제정에 정말로 환호하고, 이를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는 지난해 9월에 테네시주와 유사한 법을 제정했다. 일리노이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2년간 임시 면허증으로 병원에서 근무를 마치면 완전한 면허증(full license)을 내준다. 테네시주는 이렇게 의사 면허증을 받은 외국 의대 졸업생이 어느 병원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일리노이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의료 시설이 부족한 지역(medically underserved areas)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리노이주는 이 법을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플로리다주와 버지니아주도 외국 의대 졸업생이 미국의 전공의 과정을 밟지 않아도 의사 면허증을 받을 수 있는 법 제정 작업을 마쳤다. 플로리다와 버지니아주 주 의회가 모두 관련 법안을 주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곧 시행한다. 플로리다주 법안에 따르면 외국 의대 졸업생이 해당 국가에서 미국의 전공의와 비슷한 과정을 수료했으면 미국에서 별도로 이 과정을 이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버지니아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버지니아주에 있는 공인(accredited)된 전공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병원 등에서 2년간 임시 면허증으로 근무하면 완전한 면허증을 내주고, 그 이후에는 지역에 제한받지 않고 어느 병원에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또 다른 4개 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전공의 과정을 단축해 주거나 임시 면허증을 발부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앨라배마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졸업 1년 전에 신청하면 전공의 이수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여주는 법을 제정했다. 콜로라도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전공의 이수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아이다호주와 워싱턴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임시 의사 면허증을 주는 법을 제정했다. 아이다호주는 임시 면허증으로 미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뒤 반드시 이 주에서 3년간 의무 근무를 하도록 했다. 워싱턴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이 주에서 최소 1년간 전공의 과정을 밟으면 2년 임시 면허증을 내주고, 그 후에 면허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애리조나,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미주리, 네바다, 버몬트, 위스콘신주 등 7개 주가 외국 의대 졸업생 유치를 위한 법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전공의 의무 이수 기간을 1년으로 했다. 네바다주는 임시 면허증을 발부한다.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미주리주, 위스콘신주는 임시 면허증을 준 뒤에 완전한 면허증 발급 신청을 하도록 했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20만 3500명의 의사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나라 의대 출신이다. 외국 의대 출신 의사가 줄곧 증가세여서 지난 2004년에 비해 2021년에 30%가 늘었다. AAMC는 현재 1차 진료(primary care) 의사가 1만 7000명, 정신과 전문의가 8000명 가량 부족하고, 오는 2034년까지 부족한 의사 숫자가 12만 400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