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슨 문하생" 새끼 호랑이(Tiger Cub)

뉴욕타임스(NYT)는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이하 아케고스) 설립자 황씨의 사기 등 혐의 사건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 12명이 이날 사기와 공갈 등 11개 중 10개 혐의에 대해 “빌황의 죄가 있다”고 평결했다고 보도했다.황씨와 함께 기소된 패트릭 핼리건(47) 아케고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기와 공갈 등 3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은 2021년 3월 국제 금융계를 흔든 마진콜 사태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다.
젠슨 황은 2013년 대형 가족회사인 아케고스를 설립해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은 채 헤지 펀드처럼 주식을 거래했다. 그 과정에서 권사기, 금융사기, 협잡, 공모 및 시장조작 등 11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에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연방 검찰은 빌황과 피고용인들이 복잡한 파생상품을 활용하고 뉴욕증시 월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으면서 은행을 속이고 10여 종의 주식을 사모았다고 주장했다.
빌황의 가족 자금 360억 달러를 운용하던 아케고스가 2021년 갑작스럽게 도산하면서 황의 자산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 결과 그에게 대출한 은행들도 손실을 입었다. 아케고스 도산으로 영향은 크지 않았으나 크레디 쉬세 은행이 55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크레디 쉬세 은행을 합병한 UBS와 노무라 은행, 모건 스탠리 은행들도 피해를 당했다.아시아 최대 투자은행인 일본 노무라는 손실이 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빌 황의 변호인단은 황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위험이 큰 공격적 투자를 범죄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항고의사를 밝혔다. 옐린 헬러스타인 판사는 10월28일 황에 대한 형량을 선고할 것으로 지정했다.
빌 황은 백인 남성이 압도적인 주류인 뉴욕증시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보기 드문 한국계다. 고교 3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캘리포니아의 UCLA대학과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아버지는 목사, 어머니는 선교사였다. ‘헤지펀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언 로버트슨이 운용하던 ‘타이거 펀드’에서 일했다. 로버트슨은 조지 소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거물이다. 1990년 현대증권 뉴욕법인에서 주식시장과 첫 인연을 맺고 이후 페레그린증권을 거쳐 1996년부터 타이거펀드에서 한국을 중심으로한 아시아 투자를 담당하였다[2] 타이거펀드의 대표 로버트슨을 고객으로 만난 지 4년 만에 그의 제의로 타이거 펀드에 합류, 2000년 펀드 정리후에도 잔류했다
빌 황은 아시아 회사에 주로 투자하며 로버트슨의 ‘천재 문하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1년 독립해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만들어 ‘새끼 호랑이(Tiger Cub)’이란 별명을 얻었다. 한미약품에 투자해 옴청난 수익을 챙긴 적도 있다.
그는 2012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중국계 은행 주식 거래로 홍콩과 미국 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아 펀드를 청산했다. 벌금으로 4400만달러를 냈다. 그 뒤로는 가족과 지인의 돈을 투자금으로 ‘아케고스’란 펀드를 이끌어 왔다. 아케고스 라는 회사 이름은 그리스어로 ‘빛’ 혹은 ‘지도자’를 뜻한다. 신약에서 예수를 지칭한다. 아케고스는 몇몇 유망한 주식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 미국 바이어컴CBS·디스커버리, 미국에 상장된 중국 회사 바이두·텐센트뮤직·GSX테크듀 등이다. 아케고스는 투자 과정에서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았다. 노무라 등은 빌 황의 ‘이름 값’, 그리고 막대한 운용 규모가 가져다줄 주식 거래 수수료 등을 챙기려고 대출금을 늘려줬다.
아케고스가 투자한 회사들은 한때 증시 활황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공매도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 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하락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손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계좌에 돈을 더 넣으라고 요구한다. 돈을 못 넣으면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공매도로 아케고스가 보유한 바이어콤CBS·디스커버리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노무라 등은 아케고스에 추가로 돈을 납입하라고 요청했다. 아케고스는 돈을 넣지 못했다. 노무라 등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장에 던지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주식의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 은행들이 주식을 다 팔아도 그 금액이 아케고스에 빌려준 원금에 훨씬 못 미쳐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아케고스는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아케고스가 자금을 빌려 투자한 주식이 급락하게 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는 발 빠르게 담보주식을 블록딜로 내다 팔면서 손실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회사들에는 손실이 확산했다. 당시 전체 손실액수는 1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검찰은 2022년 황씨 등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금융회사를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주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한때 1000%에 달하기도 했다. 빌황은 월가의 일반적인 차입(레버리지) 투자 기법일 뿐 “투자과정에서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로이터는 배심원 유죄 평결고 피고인들이 각 혐의에 대해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개별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에 따라 100년형 이상의 종신형도 가능하다. NYT도 “이날 검은 양복을 입고 법정에 앉아 있던 황씨는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황씨는 여러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빌려 특정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자신이 돈을 벌고,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차액 충당을 요구(마진콜)하는 스와프 계약을 문어발식으로 벌인 것이다. 궁금증은 ‘그가 왜 이런 도박에 가까운 대범한 투자를 감행했는가’는 대목이다. 이날 재판에서 황 씨의 사기 동기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검사 역시 분명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사치를 즐기지도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투자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평소에도 뉴저지주에 있는 소형주택에 머물며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저렴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마진 콜(margin call)은 금융시장에서 선물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가 당일 결제를 매일 정산하여 선물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증거금에 반영하고, 손실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유지 증거금이 부족한 경우 증거금을 채워 넣도록 고객에게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뉴욕증시에서 자기 자금 비율이 투자 이전에 정해 놓은 유지 증거금 비율보다 떨어졌을 때 자기 자금 비율을 초기 증거금 비율까지 올려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진콜 (Margin call)은 선물계약 당시 계약이행을 보증하고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고객한테서 받은 예치증거금(개시증거금)이 선물가격 하락이나 담보가치 하락, 또는 펀드나 신용거래, 미수 등으로 쌓아놓은 주식의 가치하락 등으로 인해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일정부분까지만 이를 인정하고(유지증거금) 그 비율 아래로 떨어질 시 고객한테 개시증거금 수준으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일일정산을 하는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서 주로 발생한다. 신용거래나 공매도처럼 레버리지를 끼고 하는 모든 거래에서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알트코인에서도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볼 경우를 대비해 마진콜 제도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