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히 두 강대국 간 관계 변화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적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 4중전회 조기 개최의 의미와 한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과 인사 결정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관례상 20기 4중전회는 2025년 가을에 열려야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신속히 대응하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재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는 미국 대선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승리로 인한 대응 지연 교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기 대응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시진핑 체제 하의 중국이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는 미국 문제에 정통한 핵심 인사의 부재다. 류허 전 부총리의 은퇴로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는 중국의 대미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 중요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 공산당의 체제적 특성으로 인해 전략적 변화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국가 주도 경제 모델과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서구 민주주의 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 건설을 중국 공산당 국가 전략으로 선정한 마당에 미 대선을 계기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따라서, 조기 행사를 개최하더라도 전략적 변화라기보다는 전술적 변화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 글로벌 영향
이런 상황은 미중 관계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경제와 안보 구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더 심화할 경우, 무역갈등, 기술 패권 경쟁, 지역 안보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표준 경쟁, 동맹 관계 변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에게 이런 상황은 새로운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규제나 제재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 정책은 관련 산업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 한국에 대한 영향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 이런 상황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주요 교역 파트너인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 가중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4중전회 조기 개최 가능성은 미국 대선을 앞둔 중국의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지만, 그 효과와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양국 관계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안보, 기술 패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향후 각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들은 미중 관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도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는 물론 지역 간 협력을 강화하여 미중 갈등의 부정적 영향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중견국은 독자적 외교 전략을 개발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향후, 미중 관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글로벌 질서 재편은 모든 국가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