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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영화산업, 경기 침체·문화 정책 변화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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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영화산업, 경기 침체·문화 정책 변화로 위기

할리우드, 중국 시장 상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 선전

침체를 보이는 중국의 영화산업.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침체를 보이는 중국의 영화산업. 사진=로이터

중국 영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부상했던 중국의 박스오피스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글로벌 영화산업의 지형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배런스는 중국의 영화 관객 수와 티켓 판매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며,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영화산업의 규모와 중국 시장의 위상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영화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중국 영화 시장의 부침이 두드러졌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 세계 영화산업의 총 박스오피스 수입은 약 420억 달러였다. 이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인 92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이었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글로벌 영화산업 규모는 12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 시기 중국은 오히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부상했는데, 이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게 팬데믹 통제에 성공하고 영화관을 재개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선전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영화산업 규모는 약 330억 달러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국 시장의 비중은 오히려 15% 수준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2024년 들어 중국의 영화 시장 침체가 가속하여, 글로벌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영화 시장의 침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18%까지 치솟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영화 관람과 같은 여가 활동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었다.

영화표 가격 상승도 관객 감소에 일조했다. 과거 20위안(약 2.8달러) 수준이던 영화표 가격이 40위안으로 올랐고, 고급 극장의 경우 100위안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또한, 중국 정부의 문화 정책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문화 안보’를 강조하며 외국 영화의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영화 제작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2021년부터 시행된 ‘영화산업 촉진법’은 중국의 핵심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는 영화의 제작과 상영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양추이(양산 문화)’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대중문화 전반에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영화 제작자들은 '허용 가능한 주제'의 범위가 좁아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내 입지가 크게 줄었다.

2012년에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10편 중 7편이 미국 영화였지만, 2023년에는 상위 10위 안에 든 미국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2024년에도 ‘고질라 x 콩: 더 뉴 엠파이어’만이 8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 상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와 마블의 ‘데드풀 앤 울버린’과 같은 대작들이 전 세계적으로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라틴 아메리카 등 다른 시장에서의 견고한 실적이 중국 시장의 손실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중국과 미국 양국의 영화산업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 정부는 영화산업을 포함한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중국 영화산업이 회복하려면 경제 회복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을 허용하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도 이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중국 영화산업 투자는 단기적으로 위험이 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회복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중국 영화산업의 위기는 글로벌 영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영화산업 문제를 넘어 경제, 정치, 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중국의 경제 정책과 문화 정책의 변화, 그리고 할리우드 대응 전략이 글로벌 영화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