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시카모어 칩은 '약한 노이즈 단계'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해 기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계산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약한 노이즈 단계'란 무엇인가?
보도에 따르면 구글 퀀텀 AI 연구팀을 이끈 알렉시스 모르반(Alexis Morvan)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양자 프로세서가 어떻게 '약한 노이즈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지 밝혀냈다. 이 단계는 양자 컴퓨터가 노이즈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복잡한 계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존의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노이즈에 취약하고 오류 발생률이 높았다. 하지만 '약한 노이즈 단계'에 도달하면 큐비트의 안정성이 향상돼 노이즈의 영향을 줄이고 정확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구글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실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는 양자 기술의 실용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큐비트, 양자 컴퓨팅의 핵심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정보 단위를 사용하여 계산을 수행한다.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 컴퓨터의 비트(bit)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큐비트의 특성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수천 년이 걸리는 복잡한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큐비트는 외부 환경의 영향에 매우 민감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약 100개의 큐비트 중 하나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컴퓨터의 10억 개 비트 중 하나가 오류를 일으키는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따라서 양자 컴퓨팅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큐비트의 안정성을 높이고 오류를 효과적으로 수정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노이즈와 오류 수정, 양자 컴퓨팅의 과제
양자 컴퓨팅은 큐비트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노이즈와 오류 수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큐비트의 수가 증가할수록 노이즈의 영향이 커지고 오류 수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양자 컴퓨터는 약 1,000개의 큐비트를 가지고 있으며,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양자 컴퓨팅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이즈를 줄이고 오류를 효과적으로 수정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랜덤 회로 샘플링(RCS)을 이용한 실험
구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랜덤 회로 샘플링(RCS)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시카모어 칩의 성능을 평가했다. RCS는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테스트 중 하나로, 양자 컴퓨터가 무작위로 생성된 양자 회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는지 측정한다.
연구팀은 RCS를 통해 시카모어 칩의 노이즈 레벨을 조절하고 양자 상관관계를 제어함으로써 큐비트를 '약한 노이즈 단계'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상태에서 시카모어 칩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양자 컴퓨팅의 미래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약한 노이즈 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양자 컴퓨터는 신약 개발, 재료 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용화를 위해서는 큐비트의 안정성 향상, 오류 수정 기술 개발, 양자 알고리즘 개발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들은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