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투자위원회(BOI)는 16일(현지시각) 국영 석유·가스 기업 PTT와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합작법인 FT1이 추진하는 115억 밧화(약 4658억 원) 규모의 프런트엔드 팹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프런트엔드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단계로, 웨이퍼를 잘라 칩으로 패키징하는 백엔드 공정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 나릿 테르드스테라수크디 BOI 사무총장은 "이 프로젝트는 태국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태국은 프런트엔드 팹 외에도 인쇄 회로 기판(PCB) 등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만 PCB 제조업체 젠딩 테크놀로지 그룹은 지난해 태국에 새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노동 집약적인 백엔드 공정에 집중해 왔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이웃 국가들이 칩 설계, 프런트엔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가운데, 태국은 이번 프런트엔드 팹 유치를 계기로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칩 설계, 제조 장비, 소재 등 다양한 반도체 관련 기업 유치를 통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태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로 남아 있다.
태국이 첫 프런트엔드 반도체 팹 유치에 성공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반도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태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국 FT1 공장은 전력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태국의 전력 반도체 생산은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태국은 아직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은 부족하지만, 중저가 반도체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중소 반도체 기업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태국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이전, 합작 투자 등을 통해 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태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은 한국에 위협 요인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한국은 첨단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