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이란-북한 '반미연대' 확산 vs 민주주의 동맹 결속 강화 대립

현재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등 전례 없는 다중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지속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결과는 단순한 미국의 정권 교체를 넘어 세계 질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현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선언하며 트럼프 시대의 일방주의를 극복하고 동맹 복원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 접어들며 연이은 국제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미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전받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과 이란 연계 세력의 중동 지역 도발은 권위주의 진영의 반미 연대 가능성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이 맥락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은 누구든 세 가지 도전과제에 직면한다. 첫째,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 강화다. 이들은 군사·경제·기술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며 미국 주도의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둘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촉발한 중동 위기다.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다. 서방의 지원 피로감이 누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전략적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수립이 될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단극체제'가 막을 내리고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향후는 단순 양극체제가 아닌 다극화된 무질서의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권위주의 국가들의 반미연대가 실질적인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제시할 방향성은 국제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결속 강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의 군사 지원을 받고 있으며, 중국과는 첨단기술 분야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중동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 블록의 강화는 지역적 갈등을 글로벌 차원의 충돌로 확대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 反서방 연대의 실체적 위험성은 구체적 수치로 드러난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GDP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권위주의 진영의 연간 군사비 지출은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의 협력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은 연간 1650억 달러 규모의 대러시아 교역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간접 지원하고 있으며, 이란은 러시아에 연간 2000여 기의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 북한 역시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과 무기 지원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의 협력은 AI, 양자 컴퓨팅, 극초음속 무기 등 게임 체인저급 첨단 군사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이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국 차기 정부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바이든의 동맹 강화 기조를 이어가되 대중 견제와 경제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동맹 약화와 고립주의 회귀가 우려된다. 특히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과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 동맹국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두 후보의 대외 정책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해리스는 '민주주의 연대' 강화를 통한 권위주의 견제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NATO 방위비 GDP 3% 수준 증액,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간 600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지원 지속을 공약했다. 또한 대만관계법 강화와 중국의 핵심기술 접근 제한을 위한 '칩4 동맹' 확대도 예고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회귀를 선언하며 동맹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GDP 대비 4%로 증액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침공도 방관할 수 있다는 극단적 발언을 했으며, 우크라이나 지원도 24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뚜렷한 노선 차이를 보인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와 '두 국가 해법'을 통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추구하는 균형적 접근을 취한다.
반면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전폭 지지하고 하마스 강경 대응을 옹호하는 극단적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방한다. 이는 미국 내 복음주의와 친이스라엘 로비의 지지를 받지만, 중동 평화 구축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해리스의 다자적 평화 구축과 트럼프의 일방적 세력 편중이라는 근본적 외교 철학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런 극명한 차이로 동맹국들의 전략적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EU는 2000억 유로 규모의 독자적 방위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했고, 일본은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증액하는 등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대만 등 중국과 접경한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 이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차기 행정부가 누구의 손에 맡겨지든 네 가지 핵심적인 전략적 과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첫째, 러시아-중국-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반미 연대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연대가 이념적 결속을 넘어 군사·기술·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둘째, 중동 지역의 안정화 전략 수립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지역 전체의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셋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현실적인 출구전략 마련이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서방의 지원 피로도 증가와 러시아의 전략적 우위 강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타협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넷째, 우크라이나 전쟁의 국제전화 방지를 위한 억제전략 수립이다. 북한의 특수부대 파병으로 전쟁이 진영 간 대결로 확대될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NATO와 EU의 직접 개입을 막으면서도 러시아-북한 군사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억제 방안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특히 '폭풍군단' 등 북한 정예부대의 우크라이나 후방 침투가 전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효과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 세 가지 핵심 조건을 제시한다. 우선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결속 강화다. 다음으로 공급망 안정성 확보, 기술 표준 수립, 디지털 경제 질서 구축 등 동맹국들과의 경제안보 협력 심화다. 마지막으로 권위주의 진영과의 불필요한 대결은 지양하고, 기후변화, 전염병, 핵확산 방지 등 글로벌 이슈에서는 선별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차기 정부의 성패는 이런 도전들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향후 국제질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분명한 것은 더는 과거의 단극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이는 곧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와도 직결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대러시아 특수부대 파병 가능성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이 민주주의 가치동맹이자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향후 동북아 질서의 안정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