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갈등이 무역 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미국 내 중국의 토지 매입 규제로 확대되고 있다.
美 재무부는 11월 1일 중국 기업들의 미국 토지 매입 증가에 대응해 60개 이상의 군사 기지 주변 토지 매입에 대한 검토 절차를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최근 군사 기지에서 발생한 구체적 위협에 근거한 것이다. 美 해군 대릴 코들 대장의 증언에 따르면, 해군기지에서만 주당 수차례의 중국인 무단침입 시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는 기지 정문을 고속 돌진하거나 시설 내부 진입을 시도하다 적발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새로운 규정의 핵심은 30개 주에 걸친 군사 시설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엄격히 조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40개 군사 기지 반경 1마일(약 1.6km) 이내와 27개 기타 군사 기지 반경 100마일(약 160km) 이내 모든 부동산 거래가 조사 대상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군사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투자심사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재무부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군사 기지 주변 부동산 거래를 더욱 철저히 검토하기로 했으며, CFIUS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거래에 대해 대통령에게 차단 또는 취소를 권고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교묘한 토지 매입 방식이다. 美 현지 법인이나 미국인 명의를 활용한 우회적 매입이 증가하면서 실제 소유주 파악이 어려워지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의 그랜드폭스 공군 기지 인근 370에이커(약 150만㎡) 매입 사례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의 전형적인 우회 매입 시도로 지적된다.
美 농무부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미국 농지 보유면적은 35만2000에이커(약 142.4㎢)로, 2010년 1만4000에이커(약 5.7㎢)의 25배를 넘어섰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들 토지 중 상당수가 군사 기지 인근에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영구적 스파이 풍선"에 비유하며 정보 수집과 감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각 주 정부도 중국의 토지 매입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2023년에만 23개 주에서 53개의 관련 법안이 검토됐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국내 체류 중국인은 약 90만 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37% 수준이다. 이들의 토지 소유 면적은 국토교통부 외국인 토지현황 통계(2023년 6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소유 토지의 3.2%이다. 수도권과 제주도 등에서 부동산 매입이 증가 추세이다.
한국 정부도 군사 시설 주변 토지거래 허가제 강화, 외국인 부동산 취득 신고의무 확대 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장경제 원칙과 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과제로 지적된다.
향후 미국의 이번 규제는 미중 관계에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부동산 규제를 넘어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양국의 상호 투자와 경제 교류는 더욱 엄격한 안보 심사를 거치게 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