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대기업들, 사무실 복귀·복지 축소 가속..."근로자 시대 저물었다"

글로벌이코노믹

美 대기업들, 사무실 복귀·복지 축소 가속..."근로자 시대 저물었다"

JP모건·아마존 주 5일 출근제 부활..."하이브리드는 선택 아닌 의무로"
실업률 4.1%로 상승...구인난 해소에 기업들 복지 혜택도 줄여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한 식당에 고용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한 식당에 고용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확대한 재택근무를 제한하고 각종 복리후생을 축소하며 근로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하이브리드 근무자들에게 오는 3월부터 주 5일 전면 출근을 의무화한다고 통보했다. 아마존닷컴도 이달 초 전 직원에게 정규직 사무실 근무를 지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영업직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명령했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사무실 복귀 움직임이 노동시장의 힘의 균형이 근로자에서 기업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해 초 3.4%에서 12월 4.1%로 상승했다. 구인 대비 실업자 비율도 2022년 2대1에서 지난해 11월 1.1대1로 낮아졌다. 이는 팬데믹 시기 심각했던 구인난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근로 조건을 재조정할 여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구직자 우위' 시장에서 기업들이 제공했던 파격적 혜택들을 이제는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입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팬데믹 시기에 도입한 복리후생도 축소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다이스는 기술직 근로자의 복리후생 수혜율이 2024년에 전년 대비 약 4%포인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평균 보너스도 1만5011달러에서 1만4194달러로 줄었다. 대학 등록금 지원, 반려동물 돌봄 휴가 같은 특별 휴가도 폐지되는 추세다.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깁스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복귀 명령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시대가 변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반면 스탠퍼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 경제학 교수는 WSJ에 "협업은 주 2~3일 사무실 근무로 충분하며, 집중이 필요한 업무는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여전히 유효한 근무 형태로 남아있다. 조사기관 플렉스 인덱스에 따르면,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 비율은 작년 봄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링크드인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시하는 구인 공고 비율이 작년에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화로 이직을 선택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뉴저지 거주자 메이리언 산즈(33)는 WSJ에 "뉴욕 사무실까지 주 4일 출근 요구로 기술회사 운영이사직을 그만뒀다"며 "늘어난 출퇴근 시간과 자녀 보육비, 반려견 돌봄 비용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