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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가 2나노 늪에 빠진 사이... 일본, '빛의 반도체'로 판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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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가 2나노 늪에 빠진 사이... 일본, '빛의 반도체'로 판 뒤집었다

엔비디아 젠슨 황도 떨고 있나? 전기 안 먹는 '괴물 칩' 양산 카운트다운
전자 시대의 종말과 광자 시대의 개막, 반도체 40년 패권 통째로 삼킨다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4월 시범 가동을 앞두고 홋카이도 지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라피더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홋카이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높은 업계 장벽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4월 시범 가동을 앞두고 홋카이도 지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라피더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홋카이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높은 업계 장벽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삼성전자와 TSMC의 2나노미터(nm) 미세 공정 양산 시점에 쏠려 있는 사이, 일본이 전혀 다른 차원의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의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를 필두로 한 범일본 반도체 연합이 전기 신호를 빛으로 처리하는 '광전융합(Photonics-Electronics Convergence)' 소자의 상용화 라인 구축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회로 선폭 줄이기 경쟁을 넘어,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일본의 유력 경제 매체인 니혼게이자이 신문(Nikkei)이 3월 26일 전한 바에 의하면,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 빛의 연산 기술이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기적을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의 반도체는 전자가 구리 배선을 이동하며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전자 간의 간섭과 발열 문제가 심화되며 전력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광전융합은 이 신호를 '빛(광자)'으로 대체함으로써 발열을 최소화하고 전력 부족으로 가동 중단 위기를 겪는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해법을 제시한다.

엔비디아 독주를 끝낼 유일한 대안, GPU 패권 흔드는 일본의 역습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최대 약점은 막대한 전력 소모와 발열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현재의 GPU 구조로는 AI 모델의 대형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이 준비 중인 광전융합 소자는 이러한 엔비디아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한다. 연산 속도는 높이면서 에너지 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광전융합 칩이 등장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대신 일본산 칩을 선택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라피더스와 NTT의 밀월, 통신 기술과 반도체의 치명적 결합

이번 프로젝트의 배후에는 일본의 통신 공룡 NTT가 자리 잡고 있다. NTT는 이미 차세대 통신 규격인 '아이온(IOWN)'을 통해 광전융합 기술의 원천 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라피더스의 제조 역량이 결합되면서 '빛으로 통신하고 빛으로 연산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일본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다. 단순한 제조 하청업체에 머물지 않고, 기술 표준 자체를 일본이 주도하겠다는 거대한 설계도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26년 만에 돌아온 반도체 왕국, '2나노'는 연막이었나


그동안 시장에서는 라피더스가 단기간 내에 2나노 공정을 안정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광전융합 양산 준비 소식은 일본의 진짜 목표가 미세 공정 추격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복'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점령했던 일본이, 기술의 세대교체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화려한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미세 공정의 숫자에 집착하는 사이, 일본은 아예 경기장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지형의 지각변동, 한국은 준비되었는가


일본의 광전융합 공세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거대한 경고음을 울린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만으로는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차세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누가 더 작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연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이 쏘아 올린 빛의 신호탄이 반도체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바야흐로 전자의 시대가 가고 광자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