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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미국 상장하나… "110조 투자해도 마이크론 절반 대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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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미국 상장하나… "110조 투자해도 마이크론 절반 대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구]

SK하이닉스 ADR 신청 직후 아티산파트너스 "삼성도 뉴욕 증시 가야"
주요 주주 아티산파트너스 "미국 상장이 저평가 해소 열쇠"
TSMC 성공 모델 제시… "ADR 상장으로 글로벌 자본 유입 가능"
삼성전자, 런던 GDR만 보유… 뉴욕과 유동성 격차 여전히 '대조’
미국 월가에서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아티산파트너스(Artisan Partners)가 삼성전자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에서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아티산파트너스(Artisan Partners)가 삼성전자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110조 원을 쏟아붓고도 경쟁사 절반의 대우도 받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2026년 사상 최대인 110조 원 규모의 시설·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미국 월가에서 날아든 신호는 냉정했다.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아티산파트너스(Artisan Partners)가 삼성전자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7(현지시각) 아티산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삼라(David Samra) 상무이사가 같은 달 25일 뉴욕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이번 촉구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지난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는 공시가 나온 직후여서 업계의 이목이 한층 쏠리고 있다.

110조 투자에도 마이크론의 절반… 문제는 '접근성'


삼성전자는 지난 319'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올해 시설 투자와 R&D110조 원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904000억 원) 대비 21.7%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액이 1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3배를 밑돌고 있다. 삼라 상무이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PBR 5배 수준에서 거래된다며 이 격차를 지목했다.

삼라 상무이사는 이 같은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시장 접근성 부재'를 꼽았다. 그는 "미국의 일반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도 실질적인 경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상장이 실현되면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투자자들에게 기업 정보가 더욱 원활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초체력은 마이크론을 압도하지만, 글로벌 패시브 펀드나 미국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를 통하지 않으면 삼성 비중을 늘리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업 실적이 아닌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TSMC 성공 방정식… 30% 프리미엄의 교훈


아티산파트너스가 벤치마크로 제시한 모델은 대만의 TSMC. TSMC199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ADR을 상장하며 글로벌 투자 저변을 넓혔고, 이후 AI 열풍 속에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 자금의 집중 유입을 받아 대만 본토 원주 대비 ADR 가격이 30% 이상 높게 형성되기도 했다. 현재 TSMC 시가총액은 약 17000억 달러(2565조 원)에 달한다.

삼라 상무이사는 SK하이닉스의 이번 ADR 신청이 삼성전자에 결단을 촉구하는 분기점이 되길 바란다고 명확히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미국 상장의 비용과 편익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이 그 분석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티산파트너스는 삼성전자에 10년 넘게 투자해 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지분 0.7%를 보유한 10대 주주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통해 삼성전자의 미국 상장 효과를 유추할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7배로 마이크론(1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만약 ADR 상장을 계기로 마이크론 수준의 PER을 인정받는다면 단순 계산으로 주가는 현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면, 현재의 PBR 3배 미만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PBR 5배 수준으로 재평가받을 경우 상당한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열린다는 게 시장의 계산법이다.

삼성전자, 런던만 있고 뉴욕은 없다… 상장 시 무엇이 달라지나


현재 삼성전자는 해외 증시 가운데 영국 런던 증시에만 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한 상태다. 앞서 룩셈부르크 증시에 상장했던 GDR2024년 말 자진 철수했다. 세계 자본의 중심인 뉴욕 증시와 비교하면 런던 GDR의 유동성은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실제로 뉴욕 증시 ADR 상장을 결행한다면, 기업가치와 주가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직접 유입이다. ADR 상장을 통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등 주요 글로벌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대규모 패시브 펀드 자금이 삼성전자로 자동 유입된다. TSMCADR 상장 이후 S&P 500 ETF 계열 자금까지 흡수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과 같은 선순환 구조다.

둘째, 정보 접근성 개선에 따른 밸류에이션 격차 해소다. 현재 국내 기업공시 체계만으로는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재무 정보를 실시간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미국 SEC 기준의 공시 체계를 갖추면 미국 연기금과 헤지펀드의 편입 장벽이 낮아진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를 비롯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의 커버리지가 확대되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주가 수준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셋째, 경쟁 구도에서의 자본 조달 우위 확보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대비 12개월 평균 목표주가는 약 24만 원 안팎으로(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 현 주가(326일 기준 18만 원 초반대) 대비 33%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애널리스트 35명이 평가하고 있다. ADR 상장이 이 갭을 메우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다만 신주 발행 방식을 택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장 구조 설계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삼라 상무이사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균형 잡힌 평가를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상당 폭 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싼 주식은 아니다"라면서도 "결코 고평가 구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금이 미국 상장을 통한 재평가의 적기일 수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아티산파트너스의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분기점 되나


삼성전자가 110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반도체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것은 분명한 전략적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투자자 설득력과 자본 조달 효율성 모두에서 한계가 생긴다. 아티산파트너스의 이번 공개 촉구는 단순한 주주 요구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랜 구조적 난제를 글로벌 자본 유입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가 먼저 뉴욕 행 첫발을 내디딘 지금, 삼성전자의 선택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