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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규소 반도체로 전기차·태양광 효율 30%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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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규소 반도체로 전기차·태양광 효율 30% 높인다

인피니언·보쉬 등 글로벌 기업, 생산능력 확대 본격화
2023년 2월 1일 독일 엔스도르프의 서독일 자를란트 지역에서 폐기된 석탄 화력 발전소의 미래에 대한 행사에서 Wolfspeed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2월 1일 독일 엔스도르프의 서독일 자를란트 지역에서 폐기된 석탄 화력 발전소의 미래에 대한 행사에서 Wolfspeed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의 모습. 사진=로이터

MIT 테크놀로지 리뷰 온라인은 탄화규소(Silicon Carbide, SiC) 반도체가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SiC 반도체는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대 3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운호퍼 태양 에너지 시스템 연구소(ISE) 슈테판 라이헤르트 수석연구원은 "넓은 밴드갭 반도체는 최첨단 전력 전자 장치와 함께 에너지 및 교통 전환의 핵심 기술"이라고 밝혔다.

SiC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은 '넓은 밴드갭'에 있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의 페터 프리드리히스 수석기술고문은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3배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어 저항이 작고 손실 전력이 적은 얇은 반도체 층 사용이 가능하다"며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열 방출 효율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태양광 인버터 혁신 이끌어

SiC 반도체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1톤이 넘었던 100킬로와트(kW) 태양광 인버터가 SiC 반도체 도입 이후 100킬로그램 미만으로 경량화됐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의 전력 변환 효율은 99%에 달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최근 SiC 반도체를 활용해 250kW급 소형 인버터를 개발했다. 라이헤르트 수석연구원은 "이 인버터는 저전압 대신 중전압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할 수 있어 도심 환경에서 기존 시스템 개조에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 전기차 성능 향상 견인과 시장 전망

메르세데스-벤츠의 대변인은 "차세대 전기차에 800볼트 온보드 네트워크와 SiC 전력 전자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스 수석기술고문은 "이 기술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무게를 줄이며 충전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pement)는 "2027년까지 SiC 반도체 시장 규모가 6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전기·전자산업협회(ZVEI)의 스벤 바우만 상무이사는 "유럽 기업들이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조 기술 혁신 가속화

SiC 반도체 제조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SiC 결정을 성장시키는 데 2400도의 고온에서 2주가량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결정의 길이는 1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콜드 스플릿'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레이저로 결함층을 만들고 폴리머를 도포한 뒤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응력을 이용해 웨이퍼를 분리한다. 프리드리히스 수석기술고문은 "이 기술로 기존 방식에서 50% 이상 발생하던 재료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라이헤르트 수석연구원은 "질화갈륨(Gallium Nitride, GaN) 반도체가 SiC보다 더 높은 스위칭 속도와 생산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다만 고출력 분야에서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7개국 34개 기관이 참여하는 'SiC 기반 녹색 유럽 구축 프로젝트'에 8억 90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바우만 상무이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의 SiC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