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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위협에 무덤덤해진 시장, 결국 패닉으로 돌아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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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위협에 무덤덤해진 시장, 결국 패닉으로 돌아설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밤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을 포함한 미 우방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10~25% 수입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날 행정명령 서명을 앞두고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일제히 반등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시장의 반응이 점차 무덤덤해지고 있다.트럼프가 당초 예상했던 대로 관세 칼을 실제로 휘두르기보다는 이를 무기로 상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미국에 유리한 교역조건을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도 관세가 단순히 위협용 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고,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보편관세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상용


트럼프는 관세가 협상용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해왔다.

철강, 알루미늄 수입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트럼프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시했다.

관세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으며, 과거 자신의 1기 행정부 시절 여러 관세 면제 사례를 만들어 맹점을 스스로 자초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동시에 호주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호주가 몇 안 되는 대미 무역 적자국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미 무역 흑자를 좁히려는 의지가 보이면 관세를 물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철강, 알루미늄 관세는 3월 12일부터 시행된다면서 그동안 협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심상찮은 분위기


트럼프는 구멍 투성이였던 1기 행정부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른바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재화에 외국이 물리는 세금만큼 미국도 물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물리면 우리도 물린다”면서 “그들이 25% 세율을 물리면 우리도 25%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11일 배런스에 따르면 UBS 글로벌자산운용 미주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솔리타 마르첼리는 이번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낙관했다.

철강, 알루미늄 등의 가격이 올라도 가전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불과할 정도로 최종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비용 압박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또 업체들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어서 이들의 실적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마르첼리는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경 태도가 그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하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상호관세는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패닉 빠지나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 창업자 니컬러즈 컬러즈는 트럼프가 새로운 관세들을 계속해서 발표해도 협상용이라는 시각이 강했던 시장도 기업들과 소비심리가 영향을 받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외환 급변동을 통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패닉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컬러즈는 무엇보다 현재 시장이 느긋하다는 점이 패닉을 부를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상당수 기업들이 관세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여전히 우호적인 경제 여건과 낙관적인 실적 전망에 묻혔다.

채권 시장에서는 고위험 고수익의 정크본드 수익률과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 간 격차를 나타내는 이른바 ‘고수익 신용 스프레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컬러즈는 이런 지표들은 시장이 트럼프 관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로 이때문에 사소한 돌발 상황이 빚어져도 시장은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몰고 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랬다.

VIX 주목해야


컬러즈는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지를 판가름할 지표로 ‘월가 공포지수’라는 별명이 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흐름을 눈여겨 볼 것을 권고했다.

그는 VIX가 지금의 16포인트 수준에서 20포인트 넘는 수준으로 뛰고 난 뒤 수주일 동안 이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이는 시장이 패닉에 빠져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호는 캐나다, 일본, 멕시코, 또는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 급변동이다. 외환시장에서 트럼프 관세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주식 시장 패닉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아메리프라이즈 최고시장전략가(CMS) 앤서니 사글림벤은 분석노트에서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정책이 모두 실행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주식 시장은 급격한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현 상황이 매우 불확실해 크게 움직이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을 고객들에게 권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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