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면역요법제, 환자 진행 생존 기간 11.1개월로 머크 키트루다의 5.8개월 능가
국제 임상 발표 후 중국 생명공학 산업의 혁신 잠재력 주목받아
국제 임상 발표 후 중국 생명공학 산업의 혁신 잠재력 주목받아

아케소가 최근 의학 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면역요법 약물 '이보네시맙(ivonescimab)'은 환자의 절반이 11.1개월 동안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의학계에서 '무진행 생존 중앙값(PFS)'으로 불리는 중요한 지표다.
반면,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가 '키트루다(Keytruda)'라는 상표명으로 판매하고 있는 세계 최고 인기 항암제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5.8개월에 그쳤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국 언론은 아케소의 성과를 '딥시크 모멘트'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글로벌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해 세계 기술 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을 가리킨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중국 기업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보네시맙은 PD-1 억제제(PD-1 inhibitors)로 알려진 면역요법의 일종으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사멸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항체다. 중국 벤처캐피털 펀드 프리스 펀드(Frees Fund)는 아케소 약물의 효능이 추가 임상시험에서 입증된다면, 중국이 PD-1 분야에서 미국에 5년 뒤처져 있다가 3년 앞서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케소는 2012년 중국 남부 광둥성의 중산에서 설립됐다. 설립자이자 CEO인 미셸 시아(Michelle Xia)는 2021년 인터뷰에서 회사가 2천만 위안(약 276만 달러)의 엔젤 투자로 시작했으며, 지방 정부로부터 임대료 보조금과 장비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아 CEO는 바이엘(Bayer)과 크라운 바이오사이언스(Crown Bioscience) 등 서양 제약사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후 중국으로 돌아와 아케소를 설립했다. 그는 모교인 쑨원대학교에서의 연설에서 중국에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가 거의 없었고, 외국의 혁신 약물이 중국 환자에게 도달하는 데 8~10년이 걸리며 가격도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약 개발 벤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케소는 2020년 4월 홍콩 증시에 상장됐으며, 공모가 25억 8천만 홍콩달러(약 3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639배의 초과 청약률을 기록했다. 현재 파이프라인에 여러 암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에 이보네시맙의 글로벌 개발 및 상용화 라이선스를 50억 달러 규모의 거래로 제공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