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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칠레 8000만 달러 천문대, 미중 패권 경쟁의 새 전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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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칠레 8000만 달러 천문대, 미중 패권 경쟁의 새 전선으로

뉴스위크 조사 이후 칠레 정부, 전략적 우주 협력 프로젝트 재검토
전력망 60%, 수출 40% 중국 의존하는 칠레의 전략적 딜레마
2025년 1월 26일 칠레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칠레의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산 꼭대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 망원경을 건설하고 있는 현장을 드론 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 26일 칠레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칠레의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산 꼭대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 망원경을 건설하고 있는 현장을 드론 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 라틴아메리카 패권 경쟁이 우주 영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칠레 정부가 중국과의 8000만 달러(약 1162억 원) 규모 천문대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가 단순한 학술 협력이 아닌 위성 추적과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의 조치다.

칠레 외무부 전략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벤자민 아기레 로메로는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천문대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으며, 수정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지난 18(현지시각)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 조사 보도 이후 칠레 언론이 중국 정부와 칠레 사립대학 간 프로젝트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공식 반응이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12, 칠레 노르테 가톨릭 대학(UCN)과 중국 중국과학원 국립천문대(NAOC)의 공동 프로젝트인 세로 벤타로네스 천문대가 지구 궤도를 도는 천체를 관측하고 새로운 별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협정은 칠레 정부기관들과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었으며, 항구 도시 안토파가스타에서 도로로 약 55마일(88.5킬로미터) 떨어진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8,600피트(2,621미터) 높이의 안데스 봉우리 아래 10제곱마일(25.9제곱킬로미터) 규모의 벤타로네스 천문 공원에서 이미 작업이 시작된 상태다.

로메로는 "외교부는 이 계획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UCN 당국과 칠레 주재 중국 대사관에 연락했다. 또한, 칠레 외무부 법무 부서는 협정의 성격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발표를 하기 전에 분석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이 포착한 위성 사진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벤타로네스 천문 공원의 건설 현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한 공정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우주 협력

이번 재검토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파나마에 압력을 가해 중국 기업인 홍콩의 허치슨 항으로부터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미국 기업이 되찾을 수 있도록 협상하는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6, 칠레 안보 연구 센터인 아테나랩은 뉴스위크의 조사를 인용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러한 천문대는 일반적으로 별을 추적하지만, "위성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군사 우주 작전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칠레 언론 엑스앤테는 익명의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강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지난 1월 버나데트 미한 전 대사를 통해 칠레 정부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스위크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엑스앤테는 "바이든 행정부는 세로 벤타로네스 프로젝트가 공개적으로 주장된 것처럼 단순한 학술 천문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궤도에서 위성을 추적할 수 있는 인프라이며, 이는 전략 및 방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중국의 반박과 칠레의 경제적 의존성 딜레마

지난 16일 엑스앤테가 발행한 기사에서 중국 대사 니우 칭바오는 이 프로젝트를 "합법적인 기술 협력"이라고 주장했다. 산티아고 주재 중국 대사관의 정치부는 논평을 요청받았을 때 뉴스위크에 이 기사를 언급했다.

니우 대사는 엑스앤테와의 인터뷰에서 "이 교류는 상호 존중과 이익, 평등 및 우호적인 자발성의 원칙에 따라 칠레 법률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양국 정부, 대학 및 연구 기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다"고 설명했다.

니우 대사는 또한 "현재 건설 중인 양국 천문 시설은 그 목적과 운영에 있어 완전한 투명성을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으며, 어떠한 숨은 동기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국가들이 해외에 수만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수백 개의 군사 기지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국가들 간의 합법적인 기술 협력을 비판하고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는 역설을 강조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헤게모니와 권력 정치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칠레 국민들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칠레 간의 합법적인 천문학적 협력을 방해하거나 방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해당 노르테 가톨릭 대학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12, 뉴스위크는 이 협정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파트너가 중국 정부가 건설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부지의 일부에서 칠레인들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 보안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처음에 이 부지를 건설하고 장비를 갖추는 데 8천만 달러(1162억 원)을 투자했다.

칠레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급속도로 강화되었다. 현재 칠레 전력망의 60%는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수출의 4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어, 칠레 정부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경제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칠레 정부 대변인 로메로는 "우리는 중국은 물론 해외의 모든 파트너들과 긍정적이고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 관계는 양자 협정에 의해 정의되고 국제법 원칙에 부합하는 틀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프로젝트 재검토가 중국과의 전반적인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