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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10단어만"... 시그널 스캔들 대조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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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10단어만"... 시그널 스캔들 대조적 행보

미군 작전계획 유출 논란 속 국무장관만 유일하게 최소 발언으로 주목받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25년 3월 14일 캐나다 퀘벡주 라 말바이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25년 3월 14일 캐나다 퀘벡주 라 말바이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행정부의 시그널 메시징 앱 사용 논란이 악화하는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다른 고위관료들과 달리 극도로 제한된 발언으로 논란을 피해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7(현지시각)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게세스 국방장관과 JD 밴스 부통령 등이 민감한 군사 정보를 상업용 메시징 앱에서 상세히 논의한 것과 대조적으로, 루비오 장관은 단 10단어로만 대화에 참여했다.

이번 논란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습 계획을 논의하는 시그널 그룹 채팅에 애틀랜틱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를 실수로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트럼프 행정부는 민감한 군사 정보를 상업용 앱에서 공유한 점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들에게 "분명히 누군가 실수를 했다. 누군가 큰 실수를 저질러 기자를 영입했다. 기자들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실제 시그널 채팅에서 그가 남긴 발언보다 훨씬 더 상세한 내용이었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고위 관료를 지낸 마라 루드먼은 "이 그룹에 속한 루비오는 아마도 자신의 발언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최소한의 발언으로 논란 회피한 루비오

시그널 채팅 녹취록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단 두 개의 메시지만 남겼다. 첫 번째는 왈츠 보좌관이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계획 관련 연락 창구를 요청했을 때 자신의 보좌관 이름을 제공한 것이고, 두 번째는 315일 첫 공습 성공 후 "잘했어 피트와 당신의 팀!!" 이라는 짧은 축하 메시지였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육군과 예비군에서 30년을 복무하고 국토안보부에서 근무한 전직 CIA 요원 케빈 캐롤은 "루비오는 실질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으며, 기밀 정보를 실제로 공유한 사람은 헤게세스 국방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캐롤은 "전직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루비오가 '이런 민감한 사안은 다른 채널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루비오 장관만이 채팅에서 최소한의 발언을 한 것은 아니었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과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역시 각각 두 개의 짧은 메시지만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 다른 관료들의 솔직한 대화 드러나

루비오 장관의 신중한 접근은 다른 고위 행정부 관료들의 솔직한 대화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밴스 부통령은 채팅에서 공습의 영향에 대한 상세한 견해를 표명했고, 특히 항로 개방이 미국보다 유럽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와 후티 공격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습 지연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경제적, 안보적 영향 평가를 제공했다. 헤게세스 국방장관은 가장 활발히 메시지를 남겼는데, 공습 시기와 목표에 대한 작전 세부 정보뿐 아니라 계획된 공격의 정치적 측면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헤게세스와 밴스가 유럽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거침없이 표현한 점이다. 밴스는 314"나는 다시 유럽을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썼으며, 헤게세스는 4분 후 "부통령, 나는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당신의 혐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심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졌다. 그리고 우리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왈츠를 옹호하며 헤게세스는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공습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정보 유출의 피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통적으로 국무장관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영향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루비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같은 외교 정책 문제에서 이러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미국의 최고 외교관으로서 루비오가 군사 계획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점도 그의 제한적 참여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