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거주 한국인 4분의 3 감소... 삼성·SK 등 배터리 기업들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동

헝가리 중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현지에 거주하며 일하는 한국인 수는 2010년대와 202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올해 초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약 4분의 3에 달하는 한국인이 헝가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 매체 '텔렉스'는 2023년 말까지 헝가리 내 한인 커뮤니티 규모가 약 1만20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성장했으나, 현재는 3000명에서 5000명 사이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약 1만 명의 한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텔렉스에 따르면, 한인 커뮤니티가 전성기를 맞으며 2023년 여러 헝가리 호텔 소유주들은 한국 근로자 유입에 대응해 시설 확장을 계획했으며, 일부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 건물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 시기 한국 미용실, 레스토랑, 법률 회사 및 기타 전문 서비스업체가 문을 열며 커뮤니티가 성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헝가리 배터리 제조업의 침체와 미국으로의 생산 이전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배터리 수요 감소에 직면한 헝가리 배터리 산업은 올해 초 상당한 둔화를 경험했으며,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는 생산량을 줄이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러한 변화는 헝가리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SK는 한국에서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헝가리를 떠난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이주해 같은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 헝가리 대사관 경제 전문가인 레벤테 팔로스는 "헝가리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직원 고용보다 한국 하청업체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대에 삼성과 SK가 등장하면서 최소 20개의 다른 한국 기업이 함께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팔로스 전문가는 "한국에서는 배터리 생산이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돼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에 외국 기업 참여를 꺼린다"며 "새로운 시설 건설도 거의 전적으로 한국 계약업체가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자국에서 안정된 삶을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헝가리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의 기회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폴란드항공은 일광절약시간제 도입과 함께 서울-부다페스트 간 직항편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 결정이 한국인 감소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기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텔렉스는 SK가 최근 채용 노력을 재개했고 삼성도 이를 따를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향후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