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고속철도·전기차만 기술 우위 확보,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쳐
중국의 점진적 성취에도 글로벌 무역갈등은 심화
중국의 점진적 성취에도 글로벌 무역갈등은 심화

중국 주재 유럽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한 10개년 계획에서 핵심 목표 상당수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불건전한 산업 경쟁을 조장해 세계 무역 긴장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선정한 10개 전략 산업 중 조선, 고속철도, 전기차 분야에서만 명확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각) CNBC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외국 기업을 희생시키면서 중국 기업을 우대한다는 국제적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기술 규제를 고려해 국내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냈다.
◇ 일부 성과와 미달성 목표
유럽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항공우주, 첨단 로봇,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 등에서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은 지난해 6.1%로, 2015년 7%에서 오히려 하락해 목표치인 11%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중국이 제조업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모두가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면서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놀랄 만큼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29%를 차지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이전에는 중국이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유럽과 미국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상공회의소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여객기 C919가 여전히 미국과 유럽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 자동화 수준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는 주로 외국 기술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 기술 자립 가속화와 과잉 생산 문제
미국의 기술 규제에 대응해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 과학기술대학교 광저우 캠퍼스 라이오넬 M. 니 창립 총장은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미국의 규제로 인해 이전에는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음에도 지난해 말 5G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첨단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이 22% 급증했으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특히 매출의 20.8%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연간 목표인 10%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분석가들은 "서방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미국과 동맹국에 일부 비용을 치르게 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개발 노력을 일시적으로 후퇴시켰다는 점에서 부분적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중국이 자체 개발 노력을 두 배로 늘렸으며 "잠재적으로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소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인 푸라 70 시리즈가 33개의 중국산 부품과 5개의 외국산 부품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기술 자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화웨이의 높은 연구개발 투자를 언급하며 "유럽은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럽 기업들은 기술 최첨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는 2024년 순매출의 15.2%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반면, 엔비디아의 비율은 14.2%였다.
◇ 과열 경쟁과 경제적 부담
그러나 높은 투자가 반드시 효율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전기차 산업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 현상은 중국에서 '내부적 소모'이라 불린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의 성공이 문제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산업 분야에서 건전한 사업 모델로 전환되지 않는 상황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목표 달성 노력이 과열 경쟁에 기여했으며, 단순 제품에서 첨단 장비로 제조 가치 사슬을 이동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안보 위험에 대한 세계적 우려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중국 정부 업무 보고서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7월 개최된 고위급 정치국 회의의 지시를 반복하며 과열 경쟁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국은 중국 공산당 내 두 번째로 높은 권력 기구다.
CNBC가 지난 18일 기준 윈드 인포메이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본토에 상장된 2825개 기업 중 20%가 올해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손실을 보고한 기업을 포함하면 작년에 손실을 입은 기업의 비율이 거의 48%에 이른다.
중국은 지난 3월 이전까지 제조업 중심 정책을 펼쳤으나, 올해는 소비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윈드 인포메이션이 제공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소매 판매 성장률이 산업 생산 증가율에 비해 뒤처져 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제조업 생산량과 국내 시장 수용 능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제조업 생산량이 더 빨리 증가한다면 소비 진작 노력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제조업 과잉 생산 능력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리도 기대 속에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