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30% 평가절하 가능성,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 시 러시아 제조업체 타격 불가피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에 대응해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할 경우 러시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최대 30%까지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확대하면서 중국 수입품에 대해 2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의 고문인 키릴 트레마소프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에서 서로 더 강한 제재를 가할수록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더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마소프 고문은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값싼 중국 상품이 러시아 경제로 대규모 유입된다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세계 경제 둔화로 원자재 수요 감소 가능성도
트레마소프 고문은 러시아의 대중국 수출이 주로 원자재 중심이어서 위안화 변동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 활동이 둔화되어 원자재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수출 수입 감소, 루블화 가치 하락 압력 증가, "인플레이션 위험 가중"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은 180개국 이상에 관세를 부과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악의 하루 증시 하락을 기록하게 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렸으며,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농담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중국 재무부는 지난달 1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과도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 경제 및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기본적인 경제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방적인 강압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스케 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런 폰 메렌은 지난달 10일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실제 평가절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 정부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경제 불안정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