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다 방만한 통화정책이 문제... 연준 금 태환제 이탈 뒤 무역적자 늘어

인피네오 수석 경제학자 로버트 머피와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 창업자 마크 스피츠네이글은 "마가 운동 지지자들이 자유무역론자들의 비교우위와 효율성 주장에 뭔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맞지만, 전면 무역전쟁이라는 해법은 잘못됐다"며 "관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1946년부터 1971년까지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미국은 1953년을 빼고 해마다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금 태환제를 폐지한 뒤인 1972년부터 2024년까지는 1973년과 1975년을 빼고 해마다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1976년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 2.6%에 이르렀다.
머피와 스피츠네이글은 "이런 자료는 최근 수십 년간 이어진 무역적자가 세금 정책, 무역 협정, 보조금을 통한 무역 규칙 남용, 환율 조작 등에서 직접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닉슨 대통령이 미국을 금 태환제에서 떼어내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제약을 풀어 바깥 제약 없이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한 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는 미국의 국제투자포지션(NIIP)을 통해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9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NIIP는 마이너스 1억 5000만 달러에서 마이너스 26조 2000억 달러로 나빠졌다. 이는 해당 34년 동안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청구권이 외국 자산에 대한 미국인 청구권보다 26조 2000억 달러 더 늘었음을 뜻한다.
같은 기간 미국의 연방 공공부채는 3조 2000억 달러에서 35조 3000억 달러로, 총 32조 1000억 달러 늘었다. 이에 머피와 스피츠네이글은 "외국 가계와 기관들이 새 미 재무부 부채의 거의 전부를 자산으로 추가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 방만함이 민간 부문에 투자될 수 있었던 국내 저축을 재무부 부채로 돌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연준의 강력한 통화정책 복귀와 재무부의 예산 균형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관세는 소득세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관세는 소득세보다는 소비세처럼 작용해 저축과 투자를 더 장려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전문가는 "관세 수입만으로는 소득세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개선점이 있으며, 단순히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은 경제학적으로 옹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머피와 스피츠네이글은 "학계가 관세가 노동자 처우 개선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은 맞지만, 마가 운동이 만성적 무역적자를 미국 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도 타당하다"며 "문제의 핵심이 연준과 재무부의 방만한 재정·통화 정책임을 인식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