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성공' vs 살로먼 '실패'...엇갈린 투자 명암
실수도 자산으로…멍거 영향·투자 원칙 변화도 주목
실수도 자산으로…멍거 영향·투자 원칙 변화도 주목

지난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버핏의 주요 성공과 실패 사례 그리고 그 교훈을 살펴본다.
◇ '좋은 기업' 발굴…투자 생각의 진화
1. 코카콜라: 영원히 갖고 싶은 기업
버핏은 1988년 코카콜라에 처음 투자하며 "뛰어난 경영진을 갖춘 뛰어난 기업을 소유할 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약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코카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지분 가치는 약 250억 달러(약 35조625억 원)에 이르며, 2024년에만 약 7억7000만 달러(약 1조799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금이 해마다 늘어난 덕분이다.
코카콜라 투자는 버핏에게 단순한 수입원을 넘어선 뜻을 지닌다. 그는 최대 주주였고 한때 이사회 일원이었으며, 스스로 "하루에 체리 코크 5잔을 마신다"고 말하는 열렬한 홍보대사였다. 그의 코카콜라 사랑은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 팬들을 끌어모으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 투자는 또한, 싼값 주식 발굴에 힘썼던 초기와 달리 '좋은 기업을 알맞은 값에 사라'는 동업자 찰리 멍거의 조언을 받아들여 버핏의 투자 생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투자 등도 같은 흐름이다.
2. 비야디 (BYD): 찰리 멍거의 발견, 성공리에 투자 회수
버핏은 2008년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 지분 10%를 2억3000만 달러(약 3225억 원)에 사들인 것은 파트너 찰리 멍거 덕분이라고 했다. 이 투자는 2년 만에 가치가 약 20억 달러(약 2조8050억 원)로 크게 늘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비야디 주가는 2022년까지 오름세를 이어갔고, 버크셔는 그 뒤 지분을 차츰 팔면서 성공리에 투자금을 거둬들였다.
3.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꾸준한 성장과 후계자 찾기
1999년, 버핏은 오랜 친구이자 당시 버크셔 이사였던 월터 스콧의 권유로 디모인에 있는 전력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지분 75%를 사들였다.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배당 대신 이익을 사업에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인수와 설비 투자를 거쳐 BHE는 버크셔의 보험, 철도, 애플 지분과 함께 네 기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거두는 영업이익은 2000년 1억2200만 달러(약 1711억 원)에서 최근 거의 40억 달러(약 5조6100억 원)까지 늘었다. 이 인수는 또한 버핏의 뒤를 이을 사람으로 꼽히는 그레그 아벨을 버크셔로 데려오는 기회가 되었다.
◇ 실수에서 배운다…뼈아픈 실패들
1. 살로먼 브라더스: 월가 추문과 값비싼 교훈
버크셔는 1987년 월가의 큰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먼 브라더스의 우선주를 샀다. 그러나 1991년, 거래인들의 미 재무부 채권 입찰 조작 추문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버핏은 직접 회장으로 나서 일을 수습했고, 회사는 정부 조사 끝에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살로먼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997년 트래블러스 그룹(현 씨티그룹)에 팔렸다. 이 거래로 버크셔는 투자 손실을 일부 줄였지만, 버핏과 멍거는 이 일을 '월가를 조심해야 하는 까닭'이자 '나쁜 소식은 바로 알려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았다. 버핏은 2010년 주주 편지에서 "나쁜 소식에 바로 마주하기를 꺼린 탓에 살로먼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었던 일에서 회사가 거의 망할 뻔한 일로 커졌다"고 돌아봤다.
2. 유에스에어 (USAir): 규제 풀기의 충격과 솔직한 실패 인정
버크셔는 1989년 유에스에어 우선주에 3억5800만 달러(약 5020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투자 가치를 75%나 낮춰 잡으며 실패를 인정했다. 버핏은 1996년 주주 편지에서 버진 애틀랜틱 항공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의 "억만장자로 시작해 항공사를 사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농담을 끌어와 자신의 잘못을 숨김없이 밝혔다.
그는 "브랜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 꺼렸던 여러분의 회장은 1989년 유에스에어의 9.25% 우선주에 3억5800만 달러(약 5020억 원)를 투자해 그것을 시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썼다. 버핏은 미국 항공 산업 규제를 푼 것이 유에스에어 사업에 미칠 나쁜 영향을 얕봤다고 했다. 유에스에어는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모두 24억 달러(약 3조3660억 원) 손실을 기록했고, 그 뒤 유에스 에어웨이즈를 거쳐 아메리칸 항공에 합병되었다.
3. 버크셔 해서웨이: 후회로 남은 '대단히 어리석은 결정'
얄궂게도 버핏이 가장 후회하는 투자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 자체를 사들인 과정이다. 1964년, 당시 버크셔 경영자 시버리 스탠튼은 주당 11.375달러에 회사 주식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주요 주주였던 버핏은 11.50달러를 바랐으나, 스탠튼이 낮은 값을 내놓자 감정에 치우쳐 주식 팔기를 거부했다. 버핏은 2014년 편지에서 이를 "대단히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뉴잉글랜드 옷감 산업의 내리막과 함께 공장 문을 닫고 손실이 쌓여 어려운 때였다. 그러나 버핏은 스탠튼의 행동에 마음이 상해 회사의 어두운 앞날을 살피지 않고 오히려 지분을 늘려 1965년 5월 경영권을 잡았다.
그는 "시버리와 나의 유치한 행동 때문에 그는 일자리를 잃었고, 나는 내 돈 25% 넘게 내가 거의 알지 못하는 끔찍한 사업에 투자했다. 나는 '차를 잡은 개'(감당 못 할 일을 벌인 사람)가 되었다"고 썼다. 버핏은 여러 해 동안 옷감 사업을 끌고 가려 애썼지만 한계를 느끼고 1985년 사업 문을 닫았다. 그는 이 결정을 여전히 후회한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