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테 정부, 美 '상호 관세' 인하 위해 협상… 30년 만의 최대 상승폭 기록
수출 의존 경제 '취약성' 노출… TSMC 등 주요 기업, 환율 변동 '재무 위험' 경고
수출 의존 경제 '취약성' 노출… TSMC 등 주요 기업, 환율 변동 '재무 위험' 경고

신 대만 달러는 5일 오전 거래에서 미국 달러 대비 한때 29.59 대만 달러로 치솟아 전일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일 3% 급등에 이은 이틀 연속 큰 폭의 절상으로, 30년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만 통화의 급등은 라이칭테 정부가 쳉리춘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을 통해 미국과의 첫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타났다.
대만 중앙은행은 통화 급등이 미국의 직접적인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 발표한 "호혜적" 관세 정책(32%)으로 이미 불확실성에 직면한 대만 기술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만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산업의 의존도를 고려할 때, 통화 가치 급등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업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어드밴텍의 류케쳉 회장은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자국 통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속도가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객들에 대한 가격 견적을 변경하기 어려워 충격을 자체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어드밴텍과 같은 마진이 높은 공급업체는 신 대만 달러의 가치가 3~5% 상승하는 것이 "여전히 감내할 만하다"고 평가했지만, "이윤이 그리 높지 않은 공급업체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인쇄회로기판협회 명예 회장이자 유니마이크론 임원인 모리스 리는 "신 대만 달러의 평가절상은 수출 지향적인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내 경제 안정성에도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 임원은 "수출에 의존하고 미국 달러로 거래하는 우리와 같은 공급업체들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그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에게 7월까지 90일을 줬기 때문에 관세 전쟁보다 더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칩 제조업체인 TSMC는 최신 연례 보고서에서 "NT 달러에 대한 미국 달러의 약세는 NT 달러로 표시되는 회사의 매출과 영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미국 달러가 NT 달러 대비 1% 하락할 때마다 2024년 실적 기준으로 회사의 영업 마진이 약 0.4%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베이 소재 KGI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는 대만 상장기업 대부분이 수출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강세는 확실히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GI 추정에 따르면, 대만 달러가 약 10% 상승할 경우 상장 기업 전체 이윤에 미치는 영향은 약 4~5%에 달할 것이다. 다만 많은 주요 기술 및 반도체 회사들이 환율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 헤지를 하고 있다고 KGI는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