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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달러 '급등', 기술 업계 수익성 '빨간불'… 美 관세 협상 속 통화 가치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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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달러 '급등', 기술 업계 수익성 '빨간불'… 美 관세 협상 속 통화 가치 요동

라이칭테 정부, 美 '상호 관세' 인하 위해 협상… 30년 만의 최대 상승폭 기록
수출 의존 경제 '취약성' 노출… TSMC 등 주요 기업, 환율 변동 '재무 위험' 경고
타이베이에서 한 은행원이 미국 달러와 신 대만 달러 지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만 달러가 10% 상승하면 상장 기업의 총 마진은 4%에서 5%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 분석가는 말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타이베이에서 한 은행원이 미국 달러와 신 대만 달러 지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만 달러가 10% 상승하면 상장 기업의 총 마진은 4%에서 5%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 분석가는 말한다. 사진=로이터
라이칭테 대만 총통 정부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대한 미국의 '상호 관세' 인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대만 달러의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대만 기술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고 5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신 대만 달러는 5일 오전 거래에서 미국 달러 대비 한때 29.59 대만 달러로 치솟아 전일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일 3% 급등에 이은 이틀 연속 큰 폭의 절상으로, 30년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만 통화의 급등은 라이칭테 정부가 쳉리춘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을 통해 미국과의 첫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타났다.

대만 중앙은행은 통화 급등이 미국의 직접적인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 발표한 "호혜적" 관세 정책(32%)으로 이미 불확실성에 직면한 대만 기술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만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산업의 의존도를 고려할 때, 통화 가치 급등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업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어드밴텍의 류케쳉 회장은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자국 통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속도가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객들에 대한 가격 견적을 변경하기 어려워 충격을 자체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어드밴텍과 같은 마진이 높은 공급업체는 신 대만 달러의 가치가 3~5% 상승하는 것이 "여전히 감내할 만하다"고 평가했지만, "이윤이 그리 높지 않은 공급업체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인쇄회로기판협회 명예 회장이자 유니마이크론 임원인 모리스 리는 "신 대만 달러의 평가절상은 수출 지향적인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내 경제 안정성에도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 임원은 "수출에 의존하고 미국 달러로 거래하는 우리와 같은 공급업체들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그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에게 7월까지 90일을 줬기 때문에 관세 전쟁보다 더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칩 제조업체인 TSMC는 최신 연례 보고서에서 "NT 달러에 대한 미국 달러의 약세는 NT 달러로 표시되는 회사의 매출과 영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미국 달러가 NT 달러 대비 1% 하락할 때마다 2024년 실적 기준으로 회사의 영업 마진이 약 0.4%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베이 소재 KGI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는 대만 상장기업 대부분이 수출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강세는 확실히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GI 추정에 따르면, 대만 달러가 약 10% 상승할 경우 상장 기업 전체 이윤에 미치는 영향은 약 4~5%에 달할 것이다. 다만 많은 주요 기술 및 반도체 회사들이 환율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 헤지를 하고 있다고 KGI는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