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러시아산 가스 단계적 폐지 계획 곧 발표
LNG 비롯한 모든 화석연료와 핵연료 계약도 끊기로
LNG 비롯한 모든 화석연료와 핵연료 계약도 끊기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EU 기업들이 러시아 에너지 공급업체와 맺은 계약을 2027년까지 끊고 미국 등 다른 나라 에너지원으로 바꾸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현물 시장 가스 계약은 올해 말까지, 장기 계약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끊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 조치는 7일 공식 발표한 뒤 EU 회원국 과반수와 유럽의회 승인을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FT가 만난 EU 관계자 4명은 이번 계획이 가스 제재에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하는 기존 규정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그동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우려해 러시아산 가스 제재에 반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EU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의 40% 이상과 원유의 약 28%를 공급했으나, 지금은 가스 수입 비중이 약 13%, 석유는 3% 아래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EU는 러시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많이 사들이고 있으며, 지난해에 수입량이 가장 많았다.
자료 분석 회사 크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야말 LNG 공장에서 EU로 17번 선적했다. 이는 120만 톤 규모로, 프랑스(59%)와 벨기에(23%)가 주로 샀으며, 나머지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보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러시아 가스 제재를 지지한다. 그러나 한 EU 고위 외교관은 "완전히 끊으려는 이런 노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산 가스를 못 사게 되면 기업들은 가스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핵연료 포함한 폭넓은 제재, 미국과 관계 강화 목적도
이번 단계적 폐지 계획에는 가스뿐 아니라 핵연료와 예비 부품도 들어간다. 핀란드, 불가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모두 러시아 핵 기술에 의존한다.
헝가리를 뺀 이들 나라는 미국 원자력 회사 웨스팅하우스와 러시아 연료봉을 바꾸는 계약을 맺었지만, 옛 소련식 원자로를 위한 예비 연료를 만드는 러시아 외 제조업체가 거의 없어 부품을 바꾸기 여전히 어렵다.
EU 고위 관리들은 이번 조치가 EU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거래의 하나로, 미국에서 더 많은 LNG를 사겠다는 신호를 워싱턴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EU 관리는 이 계획이 회원국들이 러시아와 계약을 유지하면 "어려움을 겪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EU 외교관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으로 가스가 오는 것 같은 우회로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러시아 에너지를 완전히 막기까지는 여러 현실적 장애물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 계획은 7일 공식 발표 후 EU 회원국들이 논의해 최종 결정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