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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 무역회담 앞두고 1조 위안 규모 유동성 공급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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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 무역회담 앞두고 1조 위안 규모 유동성 공급 단행

금리 0.1%포인트 내리고 지급준비율 0.5%포인트 낮춰 경기 살리기 나서
중국 국기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부에서 나부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기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부에서 나부끼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회담을 앞두고 시장에 대규모 돈을 풀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이 7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1조 위안(약 193조원) 규모의 돈을 시장에 공급하는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생긴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인민은행은 8일부터 7일물 역환매계약 금리를 0.1%포인트 내린 1.40%로 낮추고, 15일부터는 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평균 6.2% 수준으로 맞춘다고 밝혔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로 1조 위안의 돈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두고 나와 주목받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 협상 대표는 이번 주말 스위스에서 중국의 허리펑 경제 관료와 만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은 또한 주식시장 지원책도 함께 발표했다. 우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관세 영향을 받는 A주 상장기업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으며,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국 책임자는 보험회사의 주식시장 투자를 위한 시범 제도를 600억 위안(약 11조6000억원)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무역 전쟁 피해 줄이고 협상력 높이기 위한 선제 조치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해져 약해진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중국의 4월 공장 활동은 16개월 만에 가장 빠르게 줄었다. 관세 부과로 수출이 줄고 노동 시장이 나빠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ANZ의 수석 중국 전략가 싱자오펑은 "중국이 길어질 무역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국내 경제가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관세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경기부양책이 무역 회담에 앞서 전술적 성격을 띠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이 적절한 시기에 국내 경제를 지원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 완화 조치 효과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쉬톈천은 "이런 조치가 대출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식시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캐피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통화 부양책의 경제적 영향이 좋지만 작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대출의 주요 걸림돌이 공급이 아니라 수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정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내놓았다.

GDDCE 리서치 인스티튜션의 선임 분석가 마홍은 이번 경기부양책이 "미·중 무역 협상이 꽤 오래 걸릴 수 있어 미리 대비하는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은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미·중 무역 회담 소식에 바로 반응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완화 조치와 무역 회담에 기대감을 보이며 올랐다.

인민은행은 또한 기술주 관련 채권 매입과 노인 요양 서비스 소비 투자를 위한 낮은 이자 대출 시설을 만들 예정이며, 일부 집 살 사람의 대출 비용도 낮추는 조치를 함께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은 주말 무역 회담에서 폭넓은 관세 내림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정 제품의 관세 철폐, 미국의 '최소한도' 제도(800달러 이하 해외 직구 물품 관세 면제),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 품목 등도 함께 논의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이번 금리 인하 이전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꾸준히 금리를 내려왔다. 로이터가 제공한 그래프에 따르면, 7일물 역환매계약 금리는 지난해 7월과 9월에 각각 0.1%포인트씩 내려왔으며, 이번 인하로 1.4%까지 낮아졌다. 이 같은 기준금리 인하는 1년 대출 우대금리(현재 3.1%)와 5년 대출 우대금리(현재 3.6%)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며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