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으로 이틀을 내리 오르던 주가가 9일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비해 완화 약발(?)이 약했다.
여전히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은 금지된 것이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 통제
엔비디아는 지난달 15일 장 마감 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H20 반도체 수출도 정부에 신고한 뒤 수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H20 반도체도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성능 반도체만으로도 미국 빅테크의 AI에 버금가는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H20 반도체도 수출 통제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튿날인 지난달 16일 하루 만에 6.87% 폭락했고, 이후 21일까지 3거래일 동안 13.63% 폭락했다.
그러나 수출 통제가 해제된다는 소식이 지난 7일 나왔다. 주가는 7일 3.10%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공식 확인한 8일에는 0.26% 더 올랐다.
이게 전부다.
엔비디아는 이틀 동안 3.84% 오르는 데 그쳤다. 9일에는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수출 통제 소식으로 사흘 동안 주가가 14% 가까이 폭락했지만 통제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발표에는 주가 상승률이 4%에도 못 미쳤다.
중 시장 경쟁력 약화
엔비디아 주가가 호재에 크게 반응하지 못하고, 9일에는 외려 약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H20 반도체보다 더 성능을 낮춘 개량형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두 달 안에 새 반도체가 나올 전망이다.
H20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춰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기존 H100 반도체를 토대로 성능을 낮춘 반도체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엔비디아는 이 반도체 중국 수출 길도 막혔다고 발표했고, 그 대안으로 이보다 더 성능을 낮춘 개량형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저성능 H20 반도체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이미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있는 중국 화웨이는 최근 엔비디아 H100 반도체보다 더 강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어센드910D 반도체 시험에 들어갔다.
H100은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한 AI 반도체로 엔비디아는 이를 토대로 이보다 성능이 낮은 H20 반도체를 대중 수출용으로 개발했고, 앞으로 한 두 달 안에는 H20보다도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전망이다.
중국의 자체 반도체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성능을 더 낮춘 개량형 H20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 분기에 수출 통제로 인해 55억 달러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힌 엔비디아가 앞으로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실적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스는 매출이 약 1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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