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제도는 직원이 급여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전기차를 리스 형태로 제공받아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소득자와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22~2023 회계연도에 영국에서 등록된 전기차 중 약 20%가 급여 희생 제도를 통해 리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2019년 회계연도의 2500대 미만에서 22만 대로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의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 혜택이 있다. 2020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복리후생세율을 0%로 설정한 데 이어 현재는 3%로 유지되고 있으며 2029~2030년까지 9%로 점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급여 희생 제도는 약 20년 전부터 영국에서 시행돼 온 것으로 초기에는 연금 기여금, 자전거 구매, 보육 바우처 등 다양한 비현금성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제도는 직원이 세전 급여의 일부를 포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복리후생을 받는 구조로 세금과 국민보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옥스퍼드셔에 거주하는 공인회계사 마이클은 기존의 연료 소모가 큰 아우디 RS6 대신 급여 희생 제도를 통해 전기차 포르쉐 마칸을 리스했다. 그는 "새로운 전기차를 운전하는 것은 신세계였다"며, "세금 절감 효과 덕분에 이전 차량보다 월 900파운드(약 155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존 윙필드는 2021년부터 폴스타 2를 리스해 사용 중이다. 그는 "급여 희생 제도는 전기차 시장에 저위험으로 진입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월 850파운드(약 146만원)로 차량, 보험, 정비, 실직 보험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보너스 포함 10만 파운드(약 1억7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고려할 때 세금 절감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고소득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영국에서는 연소득이 10만파운드를 초과하면 개인 기본 공제액이 줄어들고 12만5140파운드(약 2억1500만 원) 이상에서는 완전히 사라진다. 또 순소득이 10만 파운드를 넘으면 무상 보육 혜택도 상실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부모들은 급여 희생을 통해 과세 소득을 줄여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교사 휴 파커는 급여 희생 제도가 교원연금 수령액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입을 포기했다. 또한, 회계법인에 근무하던 스콧은 퇴사 시 조기 해지 수수료로 4개월치 리스료를 부담해야 했으며, 급여 희생이 원천징수) 세금 코드에 영향을 미쳐 월급 예측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복리후생세율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옥토퍼스 EV의 정책 담당 제임스 코트는 "복리후생세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급여 희생 제도와 기업 차량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은 2023년 12월 전기차 보조금을 갑작스럽게 중단한 결과 2024년 7월 전기차 등록이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이에 대해 교통환경단체 T&E의 영국 디렉터 안나 크라이진스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현재의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연간 판매량의 80%를 전기차로 채우고 2035년까지는 100%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 부족, 커넥터 표준화 문제, 주행 거리 불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급여 희생 제도는 전기차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제 혜택의 변화와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