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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카타르서 받을 호화 전용기, 퇴임 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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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카타르서 받을 호화 전용기, 퇴임 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 논란

지난 2월 1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12년 된 카타르 소유 보잉 747-8기 옆에 정차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해당 항공기를 둘러봤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1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12년 된 카타르 소유 보잉 747-8기 옆에 정차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해당 항공기를 둘러봤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정부로부터 400만 달러(약 54억원) 상당의 호화 전용기를 제공받아 임기 중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한 뒤 퇴임 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 정부의 고가 선물을 수용하는 것이 미국 헌법의 외국사절수수금지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골프에서 ‘기미 퍼트’를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고 공을 집어 다음 홀로 가는 것”이라며 “그 비행기는 훌륭한 제안이고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가 제공하는 이 전용기를 재임 중 사용하고 퇴임 후에는 자신의 대통령 도서관으로 이전해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지지층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보수 성향 논평가 벤 샤피로는 같은 날 “이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의 국정 수행에도, ‘늪을 말리겠다’는 공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지저분한 행동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헌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공직자가 의회의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지위를 수령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이번 제공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대변인은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이 거래에 대한 적법성을 담은 메모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간 제기돼온 ‘사익 추구형 통치’ 비판과 맞물려 주목된다. 그는 취임 직전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하며 수십억 달러 수익 가능성을 언급했고 메타와 같은 규제 대상 기업을 상대로 거액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정치적 반대 진영과 관련된 로펌들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상당의 무상 법률 서비스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티모시 나프탈리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서관장은 “지금까지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고 지지율에도 신경 쓰지 않는 만큼 이번은 시작일 뿐”이라고 WSJ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을 순방방할 계획인데 이 역시 이해충돌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트럼프 일가의 브랜드를 내건 주거시설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분양됐고 카타르 국영 프로젝트에는 트럼프 골프 리조트가 추진 중이라서다. 또 UAE 국부펀드는 최근 트럼프 측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신뢰로 그를 재선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용기를 퇴임 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할 계획이라며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의 퇴역 에어포스 원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 공군 관계자들은 민간 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는 전례가 없으며 통신·안전·보안 장비를 갖추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