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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에너지부, 가전제품 효율 규제 47건 철폐 추진…“소비자 비용 증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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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에너지부, 가전제품 효율 규제 47건 철폐 추진…“소비자 비용 증가 불가피”

지난 2010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가전매장에 냉장고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0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가전매장에 냉장고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에너지부가 전기 및 가스 가전제품에 적용돼온 에너지·수자원 절약 기준을 철폐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철회 대상에는 공기청정기, 제습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수도꼭지 등 가정과 산업 전반에 쓰이는 47건의 규제가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가정용 기기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가격만 올리는 비효율적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샤워 수압’이나 ‘변기 물 내림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효율 규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규제 완화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기기 성능은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 환경단체 ‘가전제품 기준 인식 프로젝트’(ASAP)의 앤드루 델래스키 전무는 “이 조치가 시행되면 제조사들이 에너지와 물을 낭비하는 제품을 대거 쏟아내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정의 전기세와 수도요금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델래스키 전무는 또 “이번 철회 시도는 기존 기준보다 낮은 규제를 금지하는 연방법 ‘역행금지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명백히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미 에너지부는 규제를 철회할 경우 연방규정집에서 약 12만5000여 단어가 삭제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절차상 새 규정 제정 및 검토 기간이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NYT에 따르면 연방 에너지 절약 기준은 미국 가정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6.5%, 수자원 사용량을 12%가량 절감시키는 효과를 내왔으며 2024년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576달러(약 79만원) 이상의 전기 및 수도 요금 절감 효과를 낳았다고 연방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한편, 미 환경보호청(EPA)은 별도로 운영 중이던 에너지 절약 인증제도 ‘에너지스타’ 프로그램도 폐지할 계획이다. 이 인증제는 식기세척기, 냉장고, 건조기 등 주요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왔다.

에너지부는 이밖에도 자발적 온실가스 배출 보고제,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금 지급 프로그램 등 기후변화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할 방침이며 보조금 수혜자에 대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기준도 “비과학적”이라며 폐지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심지어 체육활동 관련 규제 중 ‘남성·여성 구분 없이 타 성별 운동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삭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