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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치주의 위협받고 있다” 로버츠 美 대법원장, 트럼프식 사법 비판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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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치주의 위협받고 있다” 로버츠 美 대법원장, 트럼프식 사법 비판에 경고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 사진=로이터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법원 비난과 관련해 “법의 지배가 위협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워싱턴 조지타운 로스쿨 졸업식 연설에서 “판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은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의 정치권 발언을 겨냥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조지 W. 부시)에 의해 임명된 보수 성향의 법관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법의 지배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역사적으로 보나 지금 세계적으로 보나 이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어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갖지 못한 젊은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며 학교 교육의 책임도 지적했다. 그는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수용소 송환 판결을 내린 제임스 보스버그 연방판사를 두고 “부패했다”고 비난하며 탄핵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3월 “사법적 판단에 대한 이견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도 그는 판결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되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이 역사적으로 실수를 해온 것도 사실이고 그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며 “다만 그것이 판결 내용에 대한 비판이어야지 판사 개인을 겨냥한 인신공격이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사법부에 대한 협박과 괴롭힘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헌법과 법의 지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당시와 달리 비교적 절제된 어조로 발언했지만 현재의 긴장된 사법 환경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드러냈다.

올해 70세인 로버츠 대법원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은퇴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2009년 69세에 자진 퇴임한 데이비드 수터 전 대법관을 언급하며 “수터는 은퇴 후 뉴햄프셔로 돌아가 책을 읽으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며 “나는 그렇게까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