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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2036년까지 상선 1600척 이상 건조 계획…8조8600억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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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2036년까지 상선 1600척 이상 건조 계획…8조8600억원 투입

제재 속 해운·조선 자립 박차…5000억 루블 국가 예산 투입
대형선부터 쇄빙선까지 다양한 선종 구축…2050년까지 장기 로드맵 확장
러시아가 상선대 확대를 위해 조선 역량에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즈베즈다 조선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상선대 확대를 위해 조선 역량에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즈베즈다 조선소.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2036년까지 1600척이 넘는 대규모 상선대와 해양 장비를 구축할 야심찬 국가 계획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앞으로 6년간 5000억 루블(약 8조86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국가 예산 투입이 포함된다. 데니스 만투로프(Denis Manturov) 제1부총리가 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맞서 해운 운영의 자급자족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신조선 프로그램은 국가 조선소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특히 제재 때문에 첨단 기술과 장비 수입이 제한되면서 자국 조선소와 부품 산업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인테르팍스(Interfax) 통신은 만투로프 제1부총리가 미하일 미슈스틴(Mikhail Mishustin) 총리 및 부총리들과의 회의에서 이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노후화된 기존 선박(1970~80년대 건조)을 대체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전략의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6년까지 1600척 이상의 민간 선박과 해양 설비가 러시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재 속 자립 목표와 건조 계획


신규 건조 프로그램은 북극해 항로(NSR)와 남북 수송 회랑 등 전략적 항로에 투입할 선박 건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북 수송 회랑은 카스피해 해운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만투로프 제1부총리는 "탱커, LNG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대형 프로젝트 건조 역량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극해 항로 화물 운송 지원과 우호국과의 물류 경로 구축, 내륙 수로 운항과 하천 관광 활성화도 우선순위로 언급했다. 이와 함께 쇄빙선, 지원 및 서비스 선박, 페리, 트롤선 등 다양한 선종이 건조 목록에 포함됐다.

조선 산업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은 초기 단계에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투로프 제1부총리는 "조선 산업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에 있어 앞으로 20년간 지배적인 역할은 여전히 국가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역량이 성장하고 제품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 개입 수준은 점진적으로 감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반의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시사했다. 이와 함께 외국산 부품과 장비 의존도를 줄일 국산화 추진 역시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이번 계획은 국방 조달에 직접 묶이지 않은 순수 민간 조선 산업 부문의 시장 기반 발전을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만투로프 제1부총리는 "조선업계는 이러한 장기적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실제로 이미 많은 계획된 접근 방식을 실행하고 있다"며 업계의 의지를 전했다.

한편,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이번 조선 전략이 당초 계획보다 확장돼 2050년까지의 장기 로드맵을 포함하게 업데이트됐다고 밝혔다. 미슈스틴 총리는 이러한 야심찬 건조 계획 달성을 위해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고 생산 능력을 확장하며 투자 유치를 위한 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체적인 건조 목표 수치


정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문건에는 구체적인 건조 목표 수치가 명시됐다. 우선 2036년까지 총 1637척의 선박과 해양 장비 건조를 목표로 하며, 이 가운데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713척을 완공할 계획이다.

2036년까지 건조될 선박 중에는 일반 해상 운송용 122척, 북극해 항로(NSR) 운항용 51척, 내-외항 겸용 수송선 251척 등이 포함됐다.

또한 2036년 목표에는 어선 279척, 여객과 화객선 375척, 지원과 서비스 선박 541척, 쇄빙선 18척 등 다양한 선종의 구체적인 건조 계획이 포함됐다.

장기적으로 2037년부터 2050년까지는 총 2634척의 선박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이 기간 건조될 선박은 원양 운송용 200척, 북극해 항로용 90척, 600척 이상의 여객과 화물-여객선, 내-외항 겸용선 336척, 쇄빙선 29척 등이다.

이번 계획을 통해 러시아 조선소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 조선소의 가동률은 2036년까지 61%, 2050년까지 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는 2036년까지 선박 부품의 절반을 국내에서 생산하여 자국 조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산 부품 및 장비 의존도를 줄여 자립화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중점 목표의 일환이다.

다만, 민간 선박 건조 계획과 함께 러시아 해군의 새로운 전력 증강 계획도 개발 중이며, 해군 수요와 상선대 확장 목표 간 조율이 필요한 과제다. 산업 전반의 현대화와 생산 능력 확충, R&D 투자 등 구조적 장벽 극복 역시 필수 과제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는 대규모 선박 건조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제재 속에서도 해운과 조선 분야의 자립도를 극대화하고 전략적 물류망을 확장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